<월간미술> 12월호에 기고한 배종헌 개인전 리뷰
- 목인갤러리(11.2~11.15), 인사미술공간(11.2~11.20)
반이정 미술평론가 dogstylist.com

배종헌_금관(국보87호)의 스펙트럼 부분_발견된 오브제와 그 기록물들, 고안된 진열장_2005
작품이 작가를 닮아있다는 해설, 즉 작품과 인품의 동일시는 하나의 은유 이상이 아닐 때가 많다. 그것은 다만 작가를 격찬하는데 사용되는 전형화 된 기술어일 뿐이다. 유비(類比)의 달인 배종헌은 기술어일 뿐인 해설을 충족시켜온, 작품을 닮은 작가다. 격오지 근무란 본디 세간의 관심 밖에 놓이는 걸 의미하므로 유유자적과 고립무원이 동반된 감정을 유발한다. 수도권에서 꽤 떨어진 지방대 교수로 부임 후 근 3년 만에 수도권 소재 전시장 두 곳에서 같은 날 개최된 두 겹짜리 개인전은 생의 치열함을 본업(미술인)의 견지에서 사유하고 배설하는 배종헌 고유의 창작 메커니즘이 그를 닮은 작품을 어떻게 토해내는지 확인시킨 자리다. 진입로 장식부터 내부 상설전의 색채 전체가 다분히 고색창연한 목인 갤러리를 ‘유물 프로젝트’의 실험실 삼은 건 작가와 전시장 모두에게 득이 된 결정이다. 유물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의 연장선에 놓이며, 유비의 냉소적 알레고리는 자꾸 김학량을 연상시킨다. 김학량과 배종헌은 닮아있다. 비슷한 유비를 반복적으로 관람하는 건 긴장을 떨어뜨린다. 지난 청계천 프로젝트가 세간의 관심을 투영한 데 비해, 금번 전시가 작가 고유의 경험(작년부터 고적의 고향, 경주에 거주 중이란다)에 바탕 했기에 흡인력이 예전만 못한 것이다. 하지만 희소한 유물의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목인 갤러리 안에, 대형 할인매장에서 발견한 소비재를 끌어와, 유물이 직면한 조건을 야유하는 배종헌 다운 기획력은 과연 통쾌하다. 한편 인미공 개인전에는 그와 닮은 잡초들이 들어찼다. 배종헌의 또 다른 기량은 뛰어난 관찰력을 토대로 무거운 현안을 미물에 빗대어 폭로하는 실행력이다. 그간 내력을 봐도 그렇다. 재학 중에는 대학교육과 졸업전의 허상을 작업으로 옮겼고, 졸업 후에는 동문전의 위선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지방대학과 자신의 처지를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잡초에 비유한다. 작업은 예의 치밀한 다큐멘터리 적 관찰에 입각하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여느 다큐멘터리가 흔히 지상파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을 따와, 필요 이상의 많은 말을 쏟아내는데 반해 배종헌은 언어를 절약하고 볼거리로써 의도를 전한다. 잡초-대수롭지 않은 풀-지배질서에 저항-질긴 생명력-변방의 역설적 매력! 어? 이건 지방대랑 똑같잖아! 논지가 간결하다. 그렇지만 페이소스가 지탱해준다. 2년 전 한 원고에서 배종헌처럼 제도권 미술에 회의하는 동지로서, 이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닌지 자문하자고 서로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그나 나나 이 바닥에 집요하게 머물고 있는 걸로 봐서, 어지간히 발목 잡힌 모양이다.

배종헌_잡초_영일고_함석에 아크릴릭_112.5×224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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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나의 현대미술경험기에서 가장 충격이자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 바로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 이였다. 지금은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지 궁금했는데 지난 연말 전시회를 열었었네...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