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도 나는 살아가야지! 억지로 살아내지 말고 힘차게 살아가야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이 힘들어 하던 때에 아니 미래라기보다는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일때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것이다. 그때의 내 일기장에 저런 글귀가 써있었다. 살아내지 말고 살아가자 라고.. 장모씨는 어쩌면 살아내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나의 하루를 보낸것이 아니라 시간적 개념의 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하는 일이 없어서도 아니요. 가족이나 여자친구가 없어서도 아니다. 이건 순전히 자기고민에서 온 결과라고 보여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  왜일까 그가 하는일이 어떤 것 이길래 그가 지금 하는 작업이 뭐가 어때서? 돈이 안되서? 사회적인 지위가 없어서?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이제 그는 슬슬 살아내는것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살아낸 10년이 장경섭 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아로 새겨진 흰바탕에 덜렁 바퀴벌레 한마리 그려져 있는 만화책 '그' 와의 짧은 동거를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그는 이렇게 계속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지쳐버린 어느날 침대위에 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한 장모씨. 그냥 같이  살기로 결심하고 침대를 바퀴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바닥에서 웅크리고 잠이 든다. 그날이 '그'의 동거 첫날이다. 설겆이도 해주고, 된장찌개도 끓여주고, 아르바이트가 까지 해가며 장모씨를 먹여 살려주는 그이지만 사람들의 눈은 곱지 않다. 비위생적이라고 욕을 하고, 그러고 사는 장모씨를 한심하게 여긴다. 슬슬 장모씨도 그들의 시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어느날 더이상 번식을 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알집을 태워버린 '그' 를 보게 된다. 자신이 지금껏 퍼트린 자손들을 없애려고 먹어채우는 '그'를 보게 된다. 장모씨는 고민한다. 어떻게 사는것이 잘 사는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살아야 하는지.

내가 선택한 길은 대학원이였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조금이라도 되어드렸어야 했는데 난 내 욕심 찾아서 대출받아 가며 대학원을 등록했다. 그렇게 실력이 좋은 학생도 아닌데다가 처음으로 여학생이 들어온터라 나를 보는 눈도 곱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혀를 끌끌 찼고, 손 내밀곳이 없어서 학원아르바이트에 과외에 하다보니 점점 더 나를 잃어가는것만 같았다. 취직한 친구들의 밥을 얻어먹을때면 더 내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고 나 이 공부 끝나면 멋지게 취직해서 보란듯이 너희들보다 더 잘지낼꺼다!! 큰소리 치면 되는거였는데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부족했다. 그럴때 나오는 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 은행에서 대출 빨리 갚으라고 전화가 온다. 생활비가 모자라 사용했던 신용카드도 막힌지 오래다... 이런 생활 끝에 내가 선택한건 대학원을 포기하는것 이였다.

장모씨는 포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지만 큰 결과물도 냈다. 그는 분명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지 모른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길것이다. 얼마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다가 장모씨의 블로그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앙굴렘 만화축제에 초청받아 가있는 장모씨와 '그' 의 사진을 보았다. 축하하고 싶어졌다. 디럽게 많이 축하하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시작인거지!  앞으로는 장모씨가 더 이상 한숨섞인 말이 아닌 희망으로 에잇..이가이꺼 걍 살아내면 되지뭐!! 라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보태기! 그와의 동거도 좋았지만 즐거운 나의 방을 보면서 내 지나온 시절과 지금의 나를 생각하게 하면서 눈물이 찔끔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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