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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글쓰기의 의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잘 쓰지는 못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좋아는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시가 좋아 시집을 들고 다니며 많이 읽고 써 왔다. 하지만 시는 감성적인 글이지만 글쓰기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시간의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혹자는 그냥 대충 쓰면 되지 하겠지만 그러한 글은 자신뿐만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죽은 글이 되어 버린다. 돈키호테의 작가 미켈 데 세르반테스는 글은 글을 쓴 사람의 영혼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단 한 줄의 문장에서 긴 장편의 문장까지 글쓴이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 않는 글은 진정한 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글쓰기가 쉽지만은 않는 이유다.
나는 늘 의미 없는 글을 써왔다. 단순히 하루하루 떠오르는 생각들, 머리 속에 잔뜩 그려놓은 수많은 그물들을 나는 엮을 수가 없었다. 즉 생각만 있고 글은 없는 나의 자괴감은 아직도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희모, 이재성 교수의 필적 “글쓰기의 전략”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은 그 동안 가져온 혼란에서 벗어나기보다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사실에 놀란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혼란에서 일찍 빠져나와 창조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글은 단순할 수가 없다. 글은 살아있어야 한다. 글은 자신의 발견하는 새로운 작업이다. 피천득 교수는 “삶의 흥을 돋구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을 글쓰기로 보았다. 생각은 있되 의미가 없는 표현은 나와 너를 감동시킬 수가 없다. 글은 이러한 점에서 나를 표현하는 나를 발견하는 새로운 작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대단히 어렵다. 에덴의 동쪽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소설과 존 스타인 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
글쓰기는 시간의 작업이다. 한 사람이 생각을 하고 펜을 들어 종이에 적으면 생겨나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은 시조의 한 문장을 생각하기를 몇 년에 걸려 심사숙고하였는지 모른다고 한다. 또한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는 위대한 기술이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생겨나거나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글쓰기의 전략”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글쓰기는 존재적 자아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글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중의 하나다. 우리는 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확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몸짓, 그림, 노래, 대화, 기타 등등..... 그 중 글은 생각을 표현하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정확하고 의미 있게 표현할 수가 있다.
그리고 글은 사회적 자아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사회적 공간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늘 의미를 낳고 그 의미는 나를 다시 사회속으로 환원시킨다. 즉 나를 둘러싼 이 공간에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시키는 작업, 그것이 바로 글 속에 드러나 있다.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사회적 현상들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며 나의 위치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글은 미래적 자아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나는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즉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글이다. 글쓰기가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나의 현재를 확인시키며 나의 미래를 발전시킨다. 새로운 지식과 대면하는 나는 늘 약자다.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나는 약자다. 약자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글쓰기에 있다. 글은 과거형과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이다.
혹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색하는 더듬이라고 수필을 정의하였다. 이는 수필뿐만 아니라 글 자체가 바로 나 자신의 영혼과 우리의 실체적 자아를 탐색하는 긴 여행이라는 의미이다. 글은 쓰고 읽는 행위와 더불어 글 자체에 항상 깊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쓰기를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글은 나 자신의 의미를 확인하며 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오늘도 아름다운 삶의 빛을 발하는 글 한편을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