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열여섯에 시집을 와 8남매를 낳고 그 자식들이 자식을 놓고 또 그 자식들이 자식을 낳아 증손주를 본 울 할머니는 엊그제 일은 기억이 안나는데 여덟살 아홉살 시절 고무줄 하고 놀았던 일들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였다. 김원일 작가도 그러했던것일까? 나이든 인생이 추억하는 또렷한 추억. 그런것일까? 아님 작가적 상상력?  아님 너무나 충격적인 일들이기에 벗어날수 없는 각인? 30여년이 흘렀음에도 생생한 회상으로 풀어놓은 말솜씨가 참으로 유수같이 자연스럽고 억지가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서술하진 않지만 대화로 충분히 그들의 내면 상태를 읽어낼 수 있었고,  한지붕 다섯가족의 면면들을 돌아가면서 등장시키며 참 다양하게 가난하다..를 보여주고 있었다. 열세넷 먹은 나로 눈 높이를 맞춰 때로는 순진하게 때로는 청승맞게 나의 심리를 표현해냈고, 그런 표현에서 낄낄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는 이 표지가 아니였는데 누런표지였던거 같은데 생각이 잘 안나네. 그때 마당깊은 집을 읽었을때의 나는 오로지 주인공과 나를 결부시켜 읽었던것 같다. 전후 라는것이 내게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에 그저 가난한 군상들과 그 가난을 몸소 겪어 내는 주인공만 보았던거 같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참으로 교양머리 없는 대사, 생각들 이것들 때문에 참 많이 웃었던것 같다. (이 웃음 때문인지 새의 선물을 읽으면서 계속 마당 깊은 집이 생각 났었다) 느낌표 선정도서가 된 후에 다시 읽었을때는 경기댁가족, 준호네 가족, 평양댁 가족, 주인집 가족.. 하나하나 다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마음도 보이는것만이 아닌 그 내면의 무언가까지도 읽혀지는듯 했다. 무엇보다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영향이 지금의 이들을 만들었다는것 그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한주 어머니는 휴전 네 해 뒤에 돌아가셨지만 그 죽음 역시원인을 전쟁 탓으로 돌린다면, 이 땅에 알게 모르게 전쟁의 잠복성 종기를 오장육부에 오래 여투어두다 끝내 그 종기의 독성으로 죽게 되는 목숨이 그 얼마나 되랴. 따지고 보면 내 막내 아우 길수도 그런 죽음에 해당될 것이다.]

시절이 참 무섭다. 우리때는 반공영화니, 방위 성금이니, 참 궐기 대회 하느라 조회를 뻔질나게 했던 금강산댐 건설 등등.. 조금은 여전히 우리는 전쟁중이라는것을 알수가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 요즘 청소년들, 아니 요즘 젊은이들 알고 살까? 우리는 아직 전쟁중 이라는거.. 그저 잠시 쉬고 있는 휴전 중이라는거.. 난 아직도 가끔 무서운 꿈을 꾸곤한다. 전쟁이 나는 꿈.. 실제로 겪지는 않았지만 전쟁은 무서운 것이고 언제든 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산다. 난 이제 전쟁에 관한 소설 그만 나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난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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