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아픈 사람 민음의 시 120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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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말한다. 아픔은 의지가 약한 자의 엄살이라고 그러면서 잃기 싫어서 우스워서 나만 아픈것이 아니여서 풀지 않겠다고...  시인을 처음 본것은 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대여섯살로 보이는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는 꽃분홍 스커트를 입고 신나게 언덕길을 내려오는 그녀의 얼굴은 어린아이같았고,  딸과 스텝바이미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모습은 하루이틀이  해온것이 아닌듯 하였다. 딸아이를 툭툭치며 임신 칠개월때 초음파 사진을 보고 느꼈던 때의 시를 읊어준다. [컴퓨터 화상에 물결치는 네 얼굴, 네 발, 네 손, 젖가슴 아래 작은 발이 수초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너, 너 너로인해 사랑을 얻고 어미는 감미로운 족쇄에 묶여 노래한다]  아이는 이 시를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쿠우 음료수만 맛깔나게 들이키고 있다. 이것이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본 풍경이다.

세기말 블루스나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는 이 시보다 후에 봤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그 실망감을 난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를 읽으며 지금의 신 시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을것 같은 공격적인 문체가 느껴져 이질감을 살짝 느꼈다. 해질녘에 아픈 사람을 처음 읽었을때는 왜이리 가난하고 힘겨워하느냐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먼저 새어나왔다. 참 사랑도 애처롭게한다. 마지못해한다.. 뭐 이런식으로까지 느꼈었다.  어미가 되는 기쁨에 앞서 살아내야할 삶이 더 버거워 보였다. 그러다 시집을 덮어버렸다.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를 천천히 읽어내고 다시 시집을 들었다. 이제서야 그 힘겨움이 어디에서 온건지 알것 같았다. 그리고 한숨섞인 시어들보다는 포기와 절망의 시어들보다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은거라는것도 조금은 느껴졌다. 희망의 푸른 지평선이 보일 때까지 다시 힘내려 한다 는 마지막 싯구가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독자에게도 좀더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는듯 하다.

신시인의 시에는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인물, 음악,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살짝 내비친다. 어찌보면 시와 대중문화의 연결점이 되어주는 작품이 되는거 같기도 하다. 그녀는 어찌보면 참 솔직한 시를 쓰는것이 아닌가 싶다.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본것처럼 상상해서 쓰기보다 가서 보고 쓰기를 좋아하는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시가 그것을 다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런 그녀의 스타일이 가장 뚜렷하게 보여지는 책이 [시간창고로 가는길]인데 만삭이 되어서 힘겹게 전국 방방곡곡의 박물관을 둘러보고 쓴 기행 산문집같은 책인데 정작 책 속에는 박물관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힘든 그런 책이다. 친절한 사람같으면 박물관 가는 약도까지 그려넣으련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그녀의 글쓰기가 좋다. 그냥 그게 더 솔직해 보인다.

그녀의 책을 무더기로 마구마구 사다놓았는데 왜이리 더디 읽혀지는지..^^;; 그냥 핑계를 대자면 신 시인의 책을 후딱 먹어치우기보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기 위함이다.... 과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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