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동심이란것이 없었다. 소설 새의 선물이나 마당깊은집에 나오는 발칙한 주인공들 못지 않게 어릴때부터 순진한척 순수한척 어른들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척 해댔지만 사실은 알꺼 모를꺼 다아는 맹랑한 계집아이였다. 만화책을 봐도 키쓰씬이 없는 만화는 거뜰떠 보지도 않았고, 삐삐를 제외하고는 판타지를 그린 만화도 절대로 보지 않았다. 저런게 어딨어! 웃기시네~ 소리가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니..그건 나의 동심이 아니라 보편적인 동심이다. 그리고 어려서는 모르는 커서야 하는 그 따뜻하고 행복한 동심..그 세계..... ( 나 사실 요즘 산타클로스가 진짜 있다고 믿고 싶어 지걸랑..^^;;)

언제였더라.. 1989년인가.. [하이틴] 이라는 청소년 잡지가 있었다. 우리집은 아니고 친구네 집이 그책을 정기 구독했는데 그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영화공부를 하고 있던 이규형이 토토로를 보고 최고의 찬사를 늘어놓은 글을 본적이 있다.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메이가 토토로 배위에 올라앉아있던 사진, 고양이 버스를 탄 사진, 아빠를 기다리며 우산을 쓰고 토토로와 나란히 서있는 모습등을 담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있었다. 난 그때가 중1때였는데 보면서 뭐 이런 괴물같은게 나오는 영화가 동심이 어쩌구래..웃기지도 않으셔! 뭐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그리고 훌쩍 커서 1999년,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던 그 시절에 불법 복제된 토토로를 받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너무너무 후회스러웠다. 그 시절, 토토로를 만났더라면.. 조금은 더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늘 현실에 메여 사는 각박한 삶이 아니라 꿈도 꿀줄 알고 작은행복이라는것이 무엇인지 아는 그런 아이로 그런 청소년으로 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의젓한 사츠키가 엄마의 병이 걱정되어서 마구 울어대던 장면에서 나도 울고 말았다. 메이의 울음은 귀엽게 보이는데 사츠키의 눈물은 가슴아픔으로 다가왔다. 언니이기 때문에 늘 의젓하게 굴고 모든걸 참아왔던 사츠키, 처음영화를 봤을때는 메이만 눈앞에 어른거렸는데 사츠키의 아픔이 가슴에 맺히고 난 후부터는 사츠키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메이가 토토로 만난 얘기를 사츠키한테 했을때 아빠는 농담처럼 웃어버리셨지만 사츠키는 달랐다. 믿고 싶어함이 역력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토토로를 직접 만났을때의 방방 뛰어대는 기쁨의 환호!! 잊을수가 없다. 

요즘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살지 못했던 어린날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덜 약삭 빠르고 덜 맹랑하고 덜 발칙해서 도깨비도 믿고, 산타클로스도 믿고, 토토로도 믿고, 동물이 말을 하는 것도 믿는..그런 나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더 애착하게 된다. 그게 나이를 먹는 다는것일까..

결혼 선물로 태양님은 나에게 추억은 방울 방울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사주었고 나는 후르츠 바스켓을 선물로 하였다. 지금도 특별한 날 선물이면 꽃보다는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사주곤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로에게 동심을 선물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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