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뤼미에르
후 샤오시엔 감독, 아사노 타다노부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누군가 그랬다. 운동경기의 규칙을 알고 봐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듯이 와인도 정보를 알고 마시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비단 운동경기, 와인 만이 아니라 영화도 그런것 같다. 카페 뤼미에르를 처음 접한건 대학로의 한 작은 서점에서였다. 베스트 셀러보다는 인문 교양 서적과 오래된 레코드판을 취급하는 [이음] 이라는  서점이였는데 입구에 카페뤼미에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남녀가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나도 저런 편안함을 한번 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보게  된 카페 뤼미에르...

영화는 시종일관 포스터처럼 편안했다. 일상의 모습에 더 보태는것도 없었고 덜 취한것도 없었다. 이런 영화가 왜 관심을 받게 되는것일까. 이 영화의 무엇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데 바쳐지는것일까. 나는 오즈 야수지로도, 허우샤오시엔 감독도 알지 못하기에 이 밋밋한 영화의 어디에 촛점을 맞추어서 봐야할지 몰랐다. 처음엔 그냥 내 느낌대로 봤다... 그러다가 잠들었다. ^^;; 두번째는 영화의 정보를 찾아본 후에 보았다.

1927년부터 감독으로 활동했던 오즈의 초기 영화적 커리어는 상당 부분 일본의 대만 점령 시기 (1895-1945)와 겹친다. 전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렸던 오즈의 세계는 외양적으로는 탈정치화 된 소시민적 세계다. 소위 다다미 숏, 필로우 숏, 탈-180도 라인이 감싸안은 미학적으로 형식화된 일본 중산층 가족의 서사는 일본 문화라는 특수성과 결합되어 있다 .  그러나 나는 <카페 뤼미에르>에 대한 평이 그 허우와 오즈 사이의 유사성과 친연성, 혹은 허우가 오즈에 대해 경배(오마주)하는 형식(예컨대 다다미방에서 낮은 아이레벨 앵글로 잡힌 투 숏이 등장하는 것), 인물들의 채용(딸과 아버지가 중심으로 오는 가족 관계) 그리고 유사 모티브(기차의 빈번한 등장), 또는 더 직접적인 오즈 영화들의 인용(<만춘> <동경 이야기> <피안화>)를 지적하는 형식적 유사성의 탐색으로 채워진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 씨네21 김소영

영화 평론과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며 영화의 시종일관을 메웠던 수많은 전철들, 특히나 하지메가 만든 일러스트레이션 속의 전철들, 그것들이 그냥 나온것이 아니라 오즈의 것이였다는걸 알고는 아..이런식으로 그에게 헌정하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조금 알게되었다. 그리고 오즈의 기법과는 달리 또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였다고 했는데 그것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것 같았다. 주인공이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주변의 인물을 주인공처럼 잡아두기도하고, 클로즈업으로 주인공의 표정이나 행동에만 관심갖게 하는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사는 주변도 함께 살피게 해준다.  대학교때 연극영화의 이해를 배울 때 롱테이크 기법의 최고봉은 서편제의 마지막 엔딩장면이라며 침을 튀기며 교수님이 말씀하셨던것이 생각난다. 세 주인공만 보는것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그길을 볼수 있게 해주었던 그 엔딩장면.. 카페 뤼미에르도 그랬다. 주인공의 삶뿐 아니라 주인공이 살아가는 , 밟고 사는 길, 전철, 집, 커피숍, 골목길을 구석 구석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군중들까지..

영화는 한 시점에 멈추어있는듯 하기도 전철을 타고 왔다갔다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줌으로써 더 지루함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러나 그 반복하는양 계속되는 전철씬을  살펴보면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인적이 없다. 처음엔 수첩을 꺼낸다, 하지메에게 줄 시계를 꺼내 본다, 아무 생각없이 벽에 기대어 있다. 그때 하지메가 탄 전철이 요코가 탄 전철을 앞질러 간다, 하지메와 요코가 한 전철안에 있다. 요코는 그때 자고 있다. 왜 전철역의 소리를 녹음하냐는 요코의 질문에 하지메는 이렇게 답한다 [매번 조금씩 다르니까 매번 조금씩 다른게 참재미있어. 듣고 있으면 말이지]  뭐든 관심있게 봐야 다른점을 발견 할수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좀 더 깊숙히 들어와 관심있게 봐달라고 아우성치는것 같았다. 그냥 대충 넘겨보지말아달라고,

분명 나는 이영화를 보면서 졸았다. 아니 잤다..^^;; 그럼에도 이영화가 나쁘지가 않았다. 그 잔잔함이 주는 편안함도 좋았지만 거장에게 바치는 이영화가 자신의 독특함도 버리지 않고 거장의 독특함을 적절히 취하며 만들었다는데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되었고, 영화 이곳 저곳에 심어놓은 감독의 생각 (주인공마저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이로 캐스팅했다니..) 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내가 첫눈에 반했던 포스터속의 그 카페 장면 사진을 첨부한다.



아차..그리고 하지메가 운영하는 고 서점의 풍경도... 나도 언젠가 저렇게 책에 둘러쌓여 살고 싶은것이 소망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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