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시비돌이 > 이루어지지 않는 꿈 ...

 

한동안 글을 쓴다는 것이 참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 몇 곳 외에는 가지고 않았고, 그나마 많은 시간을 집에서 책을 읽거나 몇군데 매체에서 맡긴 일들을 위한 인터뷰 준비, 녹취, 정리로 시간을 보내며 누에고치 속에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힘든, 마음 아픈 일을 겪었는데,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불쌍해보이고, 연민이 생기더군요. 어쩌면 적당한 분노와 세상에 대한 적당한 욕심은 삶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너무 큰 원망과 분노의 축적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나 봅니다.
 
자꾸 초조해집니다. 내가 가진 뭔가가 있는데, 그것을 해보지도 못하고, 보여주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그래서 자꾸 인정을 받으려고 안달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 일에 관심도 없고, 별로 인정하지도 않는 혜린이와도 티격태격 싸우다가 화가나서 두들겨패기도 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폭력에 대한 성찰을 해왔어도 이 모양 이 꼴입니다. 어쩌면 이러다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나는 내가 어릴때 갖혀 있는 그 다락방에서 성장이 멈춘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절 잘아는 사람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도 그겁니다. 나쁜 의미로 '언제 어른될래?'하는 경우도 있고, 안타까운 듯이 얘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당신은 청소년같아'라고 말한 사람이 있는데, 그때 속으로 '많이 컸네. 국민학생에서'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 인터뷰어로서의 유일한 장점은 다락방 구석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인터뷰가 재미없고, 특색이 없다고 말하지만, 막상 인터뷰이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전달했다'고 인정하거나, 일정하게 존중받는 인터뷰어가 된 이유는 몸에 밴 참을성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 못합니다. 자기 스스로 조금만 안다 싶으면 잘난척하고 싶어하고, 남을 존중하지 않고, 남의 얘기 잘라먹는 걸 다반사로 하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참을성 있게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공적인 성과를 인정한다는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제 스스로는 무서운 절제가 몸에 밴건데, 아니 안으로 안으로 마음을 갉아먹고 들어가는 거라고 봐야겠죠. 누군가는 또 그랬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왜 남을 비추는 역할만 하냐고'.
 
전 그게 편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래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근데 그런 생각도 사치였던 것 같습니다. 오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작 중요한건 지금 당장 버텨내는 것일텐데요. 요즘 들어 절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 격려들을 해줍니다. 조만간 지승호는 굉장히 유명해질거다. 좀 외람되게 말한다면 저 역시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 상품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그 상황을 견뎌내지 못할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거죠. 조명기사 내지는 작가 같은 스탭 역할을 하고 싶은데, 잘해내지도 못할 배우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는다고 할까요.  
 
어떤 사람은 저한테 그런 말을 합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 하느라고 주위 사람들한테 무신경한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오른다'구요. 그래서 저는 수시로 동전 던져달라고 징징거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일 화가나는 것은 그런 행동에 대해서 모든 걸 돈때문이라고 보는 그런 얄팍함이었습니다.
 
그게 그런 부분에 무책임했고, 또 그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빚을 지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난 국민들에게만 빚졌다'고 말한 그런 심정이라고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민망하고, 아팠던 부분이죠. 다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 자신의 작업의 큰 틀은 제가 움직여왔다는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느라고, 그리고 그게 일정 정도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나이 40 먹도록 이가 아파도 견적이 얼마 나올지 몰라 병원에도 못갈 정도로 돈을 모아놓지 못한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돈 문제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쫓아가서 아가리를 찢어놓고 싶을 정도로 분노를 느낍니다.   
 
올초에 여기저기서 일거리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가 없어서 '뭘해서 생계를 유지하지'를 고민하고 있을때 한 방송국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사실 저 혼자만 있으면 어디가서 얻어먹고 다니고, 대충 찜질방에서 자고 그래도 되는데, 이제 혜린이가 중학교를 가니까 슬슬 걱정도 되고 예전처럼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 성격을 아는지라 메일을 달라고도 하고, 시간을 좀 끌면서 생각을 했는데, 이미 '어떻게든 이겨 나가야지, 견뎌내야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고, 그쪽에서도 간곡한 문자와 메일을 보내서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돈을 벌어오기를 바래야되는 사람이 '너 그거 하지마. 차라리 다른거해서 돈벌어'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걸 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지 아는거겠죠.
 
그리고 한 신문사에서도 '위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어차피 이 사람은 어느 시점에서 뜰 사람인데, 우리 신문에서 시작하게 하는게 우리에겐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지면 줄 것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한참 뛰어놀아야할 나이에, 그리고 뛰어놀고 싶기만한 나이에 돈벌이를 위해 자신없는 일을 해야만 하는 어린아이가 된 듯한 공포감에 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들이 일정 부분 과도한 기대이고, 거품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두렵습니다. 제가 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역할과 능력이 있는데, 다른 능력과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무산되면서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전 정말 인터뷰 전문 무크지를 하나 만들어서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 중 하나인 공적 기록을 차곡차곡 남겨보고 싶은 게 꿈인데, 왜 저한테는 그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별로 돈도 많이 안되는데... 나이 40먹고 이렇게 칭얼거리는거 정말 쪽팔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게 지금 주어진 역할을 감당해나가느라 제 꿈은 점점 멀어질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살날도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얼마전 짝사랑도 병이며 따라서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더군요. 제가 세상이나 어떤 사람들에게나 늘 짝사랑하듯이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임상심리학자 탤리스 박사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짝사랑은 사실은 조증(躁症), 우울증, 강박장애가 뒤섞인 심각한 정신질환이며 심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있다'고 합니다. 짝사랑은 사람을 헤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에 빠뜨려 신체적-정신적으로 극한적인 탈진상태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기사를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짐의 의미이기도 했지만, 세계최고의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는 조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가, 내가 하는 인터뷰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정말 쓰레기 같은 글이라는 우울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가 그러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몇사람에게 집착하는 경향도 있구요. 그게 늘 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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