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시비돌이 > 12쇄를 찍기를 기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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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아는 의사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서민님이 쓴 책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은 일단 재미 있다. 알라딘 서재에서는 마모씨로 더 유명한 그의 글을 보다 보면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때가 많다. 도대체 의사 생활을 하면서 뭐가 부족하다고, 글까지 잘 써버린단 말인가? 글 써서 먹고 살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게다가 인간성마저 훌륭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들도 난무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서재는 늘 미녀(?)들로 붐비고, 수시로 럭셔리한 모임을 갖는다는 역시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있다.
일단 그의 글은 쉬워서 좋다. 흔히들 쉽게 쓰는 글들은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가 그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걸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보통 내공 가지고는 안된다. 게다가 그는 겸손하고, 정직하기까지 하다.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도 보지 못했는가? 거기서 어느 엑스트라 출신 연기자는 감독의 집에 침입해 그의 아내를 꽁꽁 묶어놓고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잘 생기고, 공부도 많이 하고, 예쁜 아내도 있고, 영화도 잘 찍고, 게다가 인간성까지 좋으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여기서도 힘들게 살고, 죽어서도 지옥가잖아유' 라면서 살면서 잘못한 거 한가지를 얘기하라고 다그친다. 그런데 그 마모씨는 화려한 여성 편력 외에는 별다른 단점을 찾아볼 수도 없는 듯하니 이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모씨가 그 많은 미녀들 중 한명과 결혼을 했을때 그동안 마모씨에게 사랑받던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집을 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의 인기는 연령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평을 쓰다가 얘기가 이상한 쪽으로 가버렸는데, 아무튼 대부분의 의사들은 태생적으로 권위적이고, 기득권과 친한 모습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 서민님은 환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의 얘기처럼 헬리코박터 같이 상업적 목적에 의해 위협이 과대평가된 것이 어디 하나 둘이며, 안 먹으면 큰일날 것처럼 선전되는 음식이나 약이 한둘이겠는가?
그리고 그는 변비, 치질, 설사, 대머리 같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음지의 질환을 천시하는 풍토를 개탄하면서 병에 귀천이 없는 건강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도대체 이 놈의 사회는 차별할 게 없어서 병까지 차별하는 사회다. 책을 읽어보니 그도 나하고 같은 지병(?)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위 내장 반사라는 병이라는데, 그런 불치의 병을 앓으면서도 1인 다역을 해내는 그가 진심으로 존경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한다. 그 염려가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지경이다. 세상의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며, 또 일부의 걱정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다. 그런 걱정들은 생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잘못된 의학, 건강 상식이나 지나친 건강에 대한 걱정을 좀 떨쳐버릴 수 있을 듯 하다.
2쇄 찍은 거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심모 대작가님처럼 12쇄에 도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