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전반에 걸쳐있는 무능력한 아비 또는 부재중인 아비는 작가의 경험일까...  작가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경험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늘여뜨려놓은건 아닐까... 책을 읽다 문득 내 아비는 어땠던가..생각하게 되었다. 친엄마가 우리를 두고 도망갔을 때 내 아비는 우리를 지켰다. 새 엄마가 보증을 잘못써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오갈데 없이 되었을때도 내 아비는 우리를 지켰다. 그래서 나에게 내 아비는 최고의 아빠였고, 최고의 신랑감이였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아빠랑 결혼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내 아비와 같은 사람과 결혼해야지 다짐 했었다. 그러나 저 일들을 사춘기에 겪은 언니는 나와 달랐다. 언니에게 아비는 무능력한 사람이였고 자기 마누라 하나 간수 못하는 사람이였다. 나의 어린 눈은 아비가 월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고 있었다는것에 관심이 없었고, 내 어미가 시골에 묻혀 살기엔 능력도 많은 사람이였고 머리에 든것도 참 많은 사람이란것도 알지 못했다. 그저 내 곁은 언제나 한결같이 지켜주고 잠자리에서 발꼬락으로 내 살을 꼬집고 간지르며 꿈나라로 가는 길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억들이 전부였다.

달려라 아비의 나는 어려서부터 어린 눈을 가진적이 없었던것 같다. 농담으로 키운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녀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어른들은 세월의 무뎌짐 속에 좋은것과 싫은것, 재미있는것과 감동적인것, 슬픈것 들을 잃어간다.  달려라 아비에 나오는 나들은 좋은것도 나쁜것도 싫은것도 슬플것도 없다. 메마른 감정들로 성내지 않고 살아가는것에만 집중한다. 그것이 과연 이해에서 나오는 행동인지는 알수 없다. 그저 시끄러운것이  싫은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리뷰어들이 작가가 80년생 이라는것에 관심을 보인다. 80년대생 특유의 발랄함과 발칙함, 발랑 까짐등을 기대 하며 이 책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랬다. 책 표지에서 보여주는 형광 분홍 반바지와 듬성듬성 난 털을 보면서 밝은 기운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은희경님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여자의 눈으로, 어린 남자아이의 눈으로, 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렇게 다양한 시점으로 써간 작품들을 보며 그런생각이 든것 같다. 각 작품마다 소재도 다양하고 글쓰는 방법도 달리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80년생 만이 볼수 있는 시각! 독특한 시선과 발칙함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자기 안으로부터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글쓰기가 가능해질때는 좀 더 밝은 이야기도 쓸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순간 순간 나오는 그녀만의 유머가 그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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