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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아줌마 이야기 - 김형태의 圖詩樂 제1집
김형태 지음 / 새만화책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베스트셀러라는 대중문학문화잡지에 함리태, 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만화가 있었다. <곰 아줌마 이야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독일의 황금펜상을 수상했다던 소갯말을 아직 나는 기억하고 있다.
곰 아줌마 이야기는 상당히 수상하고, 유쾌하면서, 골 때리고, 재미난다. 단언하건대, 이건 아주 물건이다!
그러나 곰 아줌마와 나의 인연은 결코 오래 가지 못했다. 곰 아줌마가 연재되던 잡지가 얼레벌레 폐간된지 2년, 그렇게 서로를 잊고 살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교보문고에서 구석에 짱 박혀 있던 그림책을 한권 집어들었다. 그게, 곰 아줌마였다(나는 지금 어떤 운명론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다)
함리태가, 김형태일 줄은 몰랐다. 눈을 씻고 봐도, 함리태라는 이름이 아니라 김형태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김형태는 황신혜 밴드의 그 김형태다. 무규칙 이종 예술가. 그림도 그리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그 김형태다.  이 사람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구나. 해부해 보진 않았거니와 그는 외계인이 분명하다.  

곰아줌마는 말 그대로 곰아줌마다. 곰아줌마는 심심해서 우물을 파고, 아무 개연성 없이 투명인간이 되어 너구리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가끔은 훌적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명화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왜냐고? 이유는 없다. 곰아줌마는 기존 만화의 상식을 거부한다. 점잖게 나가다가 졸지에 사실 저는 곰 아줌마가 아니랍니다, 하면서 목 뒤에 숨은 지퍼를 보여주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  현실과 판타지의 희미한 줄타기를 곰아줌마는 요리조리 신나게 까질러 다닌다.


나는 이 책을 두어 권 더 사서 여기 저기 찔러줘야겠다. 부록으로 들어 있는 깜찍한 곰 아줌마 씨디를 틀어놓고 읽으면 더욱 신난다. 영한대역으로 되어 있으니, 토익 공부를 하는 당신, 먼저 이 책을 사라.  
그리고 잊을 뻔 했는데, 책 말미에는 요즘 뜨고 있는 소설가 박민규의 우정 출연 단편 소설<삼육구 곰 아줌마> 도 들어 있다. 이러니 내가 어찌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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