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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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내가 사는 동네가 그리 못사는 동네는 아닌데 입시학원같은것은 전혀 없었고 하나 있는 학원은 중학생들까지만 가르치는 학원이였다. 뭐 또 딱히 입시학원이 들어선다 해도 다닐만한 형편의 아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동네에 대학을 다니거나 대학출신인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친구의 오빠가 s대에 다니있었고 그 오빠를 비롯 동네 출신 대학생들이 모여서 여름방학을 맞아 공부방을 만들었다. 학원에 다닐수 없는 형편의 나는 일주일에 두번 있는 그 수업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울 동네에서 조금 큰 곳에 있는 학교였는데 그래도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꽤 했었다. 나에겐 그것도 컴플렉스였던지라 학교 보충수업 마치고 공부방으로 갈때면 나도 너희들처럼 학원 다녀~~ 라는 웃기지도 않게 뻐기는 마음이 피어오르곤 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으면서 나를 가르쳐 주었던 그 언니 오빠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 언니 오빠들이 나에게 가르쳐준건 공부 뿐 아니라 베풀면서 사는것에 대한 삶의 지혜였던거 같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지.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는 저 말이 깊이 새겨져 있다. 나는 언제나 장애가 있을수록 그것을 극복해 냈을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가난은 장애물이다. 주저앉아 있을 장애물이 아니라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가야할 장애물이다. 1년 학비 벌고 1년 학교 다니고 해서 8년만에 졸업한 선배가 있다. 우리는 그 선배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선배가 좋은 회사에 취직했을 때는 더 큰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8년을 다니면서도 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왜 없이 사는것이 괴롭지 않겠는가! 다른 친구들 공부할 때 일해야하는것이 왜 힘겹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고 났을때의 그 기쁨과 환회를 생각한다면 그 이유로 본드를 하거나, 집을 나가거나 하는것이 얼마나 헛된짓인지를 알게 될것이다

엄마가 집을 나간뒤 할머니와 살면서도 우리 삼남매는 참 꿋꿋했다. 동네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불리였고, 나쁜 짓은 냄새도 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삼남매 이제 모두 삽십대가 되어 삐까 뻔쩍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나름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나는 과학강사로 6년을 일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어릴적 나에게 베풀어줬던 그 언니 오빠들처럼 도와주고  싶다. 나도 할수 있을까? 나의 최대 단점인 끈기 없음을 극복하면 할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식은 살짝 자신없지만 사랑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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