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히피드림~ > 폭력은 무엇으로부터 발원되는가.
엘리펀트 - [할인행사]
구스 반 산트 감독, 알렉스 프로스트 외 출연 / 위젼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극영화 엘리펀트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영화로 옮긴것이다. 같은 소재에 대해 마이클 무어 감독이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다큐를 만든 것처럼 그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영화를 만들어냈다.

 언제나 실천하는 지식인인 마이클 무어가 다큐라는 형식을 빌어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10대 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적해들어갔다면,  같은 사건에 대해 거스 반 산트 감독은 섣부른 판단이나 가치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가장 감성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은 프로배우가 아닌 실제 고등학생들을 공개오디션을 통해 뽑았으며 시나리오 상에서 대사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촬영시, 배우인 10대 소년들에 의해 즉흥적으로 대사가 뽑아올려졌다. 10 대의 상실감과 성장의 고통, 그들이 자기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실제로 느끼는 바가 자연스럽게 대사에 묻어났으며, 이것은 일상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도 보여진다.

 영화의 후반에서 어처구니없이 죽어나갈 아이들을 카메라는 영화시작부터 충실히 따라다닌다. 학교에 온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 사진을 찍는ㅡ 여느 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들을 카메라는 포착해낸다.

사실 이 부분에서 조금 지루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은 영화의 후반에서 폭풍처럼 몰아칠 폭력의 장을 관객들이 좀더 감정적으로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장치 구실을 한다. 우리가 열심히 쫓아다녔던 아이들이 비극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어른이 될 기회를 무참히 잃어버리고 다른 어떤 곳도 아닌 교육을 제공하고 보호자인 선생이 있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학교' 라는 장소에서 최후를 맞게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다.  



 DVD의 부클릿에 있는 영화평은 영화개봉당시의 여러 기사나 평론들을 짜집기한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매우 인상적인 지적을 찾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건이 시작되기 전의 평화로운 세상이나 총성이 시작된 이후의 악몽같은 상황이 그리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살인의 순간조차 그토록 감정없이 일상의 일처럼 보여지리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지 못한 관객은 이런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는 스타일에 오히려 등골이 서늘해진다"

영화는 이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어설프고 섣부르게 가치를 개입시키지도 않으며 철저하게 하드보일드한 스타일로 일관한다. 이것을 두고 어떤 평론가가 무책임하고 무의미하다고 공격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감독은 오히려 "무의미하다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의미다" 라는 말로 답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영화제목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스페셜 피쳐를 보니, 영화제목이 왜 엘리펀트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인도의 코끼리와 장님설화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로 거대한 진리와 진실이 단편적인 사실이나 경험에 의해서 밝혀지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이것은 결국 눈하나 깜짝않고 무감정과 냉정의 상태를 유지하며 친구들을 죽이는 트렌치코트 마피아 클럽의 멤버인 두 소년이 정확히 어떠한 감정과 심리 상태로 그와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설명하는 것이 난해하고 수수께끼같은 일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심리학자나 범죄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분석을 시도했지만 어느 것 하나 우리를 만족시켜주는 명쾌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감독은 그러한 설정에서 영화를 출발시켰으며, 영화를 다보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이해될 수 없는 폭력의 광기 앞에 노출된 우리 현대인들에게 감독이 무언가 생각해 볼만한 화두를 던져주었음을 씁쓸한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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