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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ㅣ 창비시선 16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평점 :
작년 한해.. 그럴려고 그랬던건 아닌데 몇몇의 친구와 의절을 하게 되었다. 그런일을 당하게 아니 내가 저지르고 나면 마음에 남는건 깊은 상처와 후회와 앞으로 이런일이 또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몇번을 울어버린 후 이 시를 만났다. 벗에게 부탁함!
벗에게 부탁함-정호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같은 놈
저 나무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같은 놈
저 봄비같은 놈이라고 욕을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같은 놈이 되고싶다
나를 힘겹게 했던 그들을 향해 이제는 그년, 저년, 나쁜년 소리를 집어치우고 에잇! 새같은 놈!! 에잇!!! 꽃같은 놈 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도 어딘가에서 나를 향해 그년, 저년, 나쁜년이라 하지 않고 에잇! 새같은 놈! 에잇 꽃같은 놈!! 이라고 욕해주었으면 좋겠다.
울 아버지는 친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집안의 귀중품을 모두 들고 나갔던 날 밤에도 에잇 깍쟁이 같은 년!! 이라고 내 뱉었다. 새 엄마가 보증을 잘못써 빚을 지고 언니와 대판 싸워 언니가 집을 나가던 날 밤에도 에잇 깍쟁이 같은 년..이라고 하셨다. 그것이 아빠의 가장 큰 욕이였다. 속울음을 참지못해 4시간여를 울면서도 답답한 가슴만 쳐내셨지 씨발 소리 한번 못내셨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세상을 향해, 내게 상처준 이들을 향해 입이 더러워지고 귀가 더러워지는 욕 말고 에라~~~꽃같은 사람아!!!!! 라고 욕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시 하나때문에 이 시집을 샀다. 그리고 다른 시들도 너무 좋아서 후회하지 않는다. 국밥이란 시가 있다. 이분도 없이 살았나...먹는 얘기를 참 많이 하시는것 같다 ^^;;
국 밥
사람 사는 세상에 살면서
소머리 국밥을 먹는다.
소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소들이 사람머리 국밥을 먹는다
참 섬짓하며서도 유쾌하다.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해준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님도 생각케 된다. 나를 상처주었던 인간들, 나때문에 상처받았을 마음에 미안해진다. 그래서 사과의 편지를 써본다. 에잇...꽃같은 사람!!! 봄에는 꽃처럼 같이 웃을수 있었으면 좋겠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