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자식에게 - 이현주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주님을 모시듯
밥을 먹어라
햇빛과 물과 바람 농부까지
그 많은 생명
신령하게 깃들어 있는 밥인데
그렇게 남기고 버려 버리면
생명이신 주님을 버리는 것이니라
사람이 소중히 밥을 대하면
그게 예수 잘 믿는거여

밥되신 예수처럼
밥되어 살거라

쌀 보리 밀 옥수수 물고기에
온 만물들은 자신을 제단 위에 밥으로 드리는데
그렇게 사람들만 밥되지 않으면
어느 누가 생명 세상을 열겠느냐
사람은 생명의 밥을 먹고
밥이 되어 사는 거여

 

'고구마' - 이현주 목사

고구마를 먹는데요
하던 버릇대로
껍질을 까서 먹는데요
거의 다 먹었을 때
접시에서 벗겨놓은 껍질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

고구마는 사람을 나누지 않는데
나눠서, 이 사람은 좋아하고
저 사람은 싫어하고
그러지를 않는데,
왜 사람은 고구마를 나눠서
이 고구마는 버리고
저 고구마는 먹느냐고.
고구마 껍질도
고구마라고.
왜 그러는 거냐고.

나는 그만 할말이 없어서
벗겨놓은 껍질을 얼른 입에 넣었지요.
그러고는, 미안하다고
버릇이 그렇게 들어서 그랬다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고구마 껍질도
알았으면 됐다고
너무 미안할 것 없다고
말했습니다.

 

‘쓸쓸함’이라는 손님 접대법

“선생님, 오늘 종일토록 참 쓸쓸했습니다.”
“알고 있다. 축하한다.”
“축하한다고요?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하루종일 쓸쓸했다는 사실을…
쓸쓸함도 너에게 온 손님이다.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여라.”
“어떻게 하는 것이 쓸쓸함을 대접하는 겁니까?”

“쓸쓸한 만큼 쓸쓸하되,
그것을 떨쳐버리거나 움켜잡으려고 하지 말아라.
너에게 온 손님이니 때가 되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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