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사랑에 대한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에게 공지영은 `여성적 동지애`라는 답을 준다.즉 여성적 동지애만이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공지영의 이 결론은 주인공의 비상한 죽음으로 마감하는 비현실적,탐미적,순수문학적... [조선일보 전여옥(방송인) 1997-05-30]

`사랑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은 강하다`. 공지영이 쓴 소설의 주인공 「착한 여자」 정인은 이렇게 말한다. 다소 통속적인 이 대사는 여자들에게는 유행가 가사같은 무서운 설득력을 갖는다.시몬느 보봐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길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여성은 사랑하라고 사랑 받으라고 외치고 강요하는 사회적 가족적 혹은 규범적인 요구 아래서 길러진다.공지영이 3년만에 발표한 소설 「착한 여자(한겨레신문사)」는 바로 그런 여성적 삶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남과 여의 사랑이 모든 사랑의 본보기인가 되묻는 「착한 여자」 정인은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난다.가족을 버린채 딴 여자와 살림을 차린 그 아버지는 가끔 나타나 어머니를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것으로 그의 존재를 과시한다.마침내 어머니가 자살을 선택할 때 정인은 자신을 떠난 어머니에게 외친다. `엄마 내 아버지만 바라보지 말고 제발 날 좀 사랑해줘, 날 버리지 말고 죽지말아줘`라고.어른이 된 정인은 남자를 만난다. 첫 남자는 그녀를 노리개로 삼았고, 두번째 남자는 그녀를 철저하게 이용한다.그러나 그 두남자를 만날 때 정인은 주문처럼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착할게, 날좀 사랑해줘, 내가 참을게, 내가 밥을 해주고, 내가 빨래를 해주고, 술국을 끓여주고, 뭐든지 다해줄게, 너희들이 나를 버리고 나를 때리고 나를 내팽개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벼랑까지 날 밀어버린다 해도 내가 이를 악물고 참을테니 날 사랑해줘`

남자에게 맞고 모욕당하고 배신당하면서도 정인은 그 남자에게 「상처를 공유한 이들」로서 동질감에 집요하게 매달린다.그것은 사랑에 대한 허구처럼 여성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모성에 대한 환각이라고 할 수 있다.마침내 세월이 주는 잔혹함을 자살로 마무리하려 했던 정인은 그 모든 착한 여자로서의 행실이나 행위가 「사랑받기 위한 거래」이며 「흥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착한 여자를 마감한다.남녀의 사랑에 대한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에게 공지영은 「여성적 동지애」라는 답을 준다.즉 일하는 여성을 위한 탁아시설,식사제공처의 일을 통해서 여성이 여성을 어떻게 돕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를 제시한다.즉 여성적 동지애만이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공지영의 이 결론은 주인공의 비상한 죽음으로 마감하는 비현실적, 탐미적, 순수문학적 결말보다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공지영을 아끼는 사람이 그랬다고 했다.'좋은 글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행복하라`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 좋은 글을 쓰라`고. 고통받음으로써 성숙하고 상처받음으로써 이렇게 뿌리깊은 큰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우리 문학 한 가운데 고개 처들고 당당히 서있으라고 말이 다.

착한여자는 전투적 페미니즘 요소를 거의 배제하고... [한겨레21 이인우 기자 1997-05-15]

착한여자는 전투적 페미니즘 요소를 거의 배제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성성의 사회화,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는 진정한 힘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한 확인`을 시도하고 있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인용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괴테의 말은 곧 작가 자?/a> [한겨레21 이인우 기자 1997-05-15]
공지영은 88년 등단 이래 `80년대`와 `여성문제`라는 두 테마를 자기 문학의 주축으로 삼아왔다. 작가 자신의 학생운동 체험을 바탕으로 한 80년대 운동권의 열정과 고뇌가 온전히 녹아든 이 테마는 `후일담 문학`의 전형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소외를 공격적으로 다룬 일련의 소설들은 전투적 페미니즘의 일단으로 각각 분류됐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착한 여자>는 이전의 그의 소설과 확연히 구분지어질 수 있는, 작가의 내면적 변화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착한 여자>도 여성의 사회·경제적 자립, 남녀의 동등한 인간적 관계 모색이란 공지영 문학의 큰 틀 속에 서 있다.

그러나 ##t<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t 등 이전의 작품들이 여성차별의 벽을 깨는 대안으로 은연중 여성의 남성화 내지 여성의 사회적 권력화- 남성중심의 사회제도에서 여성의 홀로서기는 결국 남성이 향유하는 권력의 균점이란 의미에서- 를 제시했다면, <착한 여자>는 여성성에 대한 긍정, 그리고 여성성 자체의 사회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소설과 차별성을 갖는다. 또 문학적으로도 여성 내면의 심리를 꿰뚫는 묘사와 총체성을 확보해가는 인간과 삶에 대한 인식, 더욱 단련된 문체 등은 이 작가가 인간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을 `소설을 써온 이래 처음으로 내 자신에게 주고 싶은 소설`이라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착한 여자>는 이런 점에서 공지영 문학 10년의 전후를 가늠하는 이정표로 자리매김해도 좋을 것 같다. <착한 여자>는 줄거리에서 보듯 전투적 페미니즘 요소를 거의 배제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성성의 사회화,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는 진정한 힘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한 확인`을 시도하고 있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인용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괴테의 말은 곧 작가 자신이 이 소설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한다. 작가는 지난 96년 한해 동안 이혼 등 개인적으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 그는 이때를 한 산문에서 `죽음 같은 순간들`이라고 고통스럽게 토로하고 있다. <착한 여자>라는 소설은 바로 그 `죽음 같은 순간들`과 싸우며 쓰였고, 결국은 작가 자신의 체험적 결론이 투영돼 있다. 작가는 소설을 끝낸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남자 대 여자라는 대립이나 차별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남성중심 사회는 지속적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만큼 원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진전되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 소설의 계기를 `어머니로서 내 삶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었다며 `여자답다는 것, 여성적인 부드러운 힘과 생명을 출산하는 창조성이라는 여성성의 본질이 진심으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착한 여자가 있다. 말 잘 듣고 인내심 많... [문화일보 오애리 기자 1997-05-08]

착한 여자가 있다. 말 잘 듣고 인내심 많고 저녁이면 따뜻한밥상을 가족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바람인 여자. 그러나 이 착한 여자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남편에겐 학대받으며,삶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다. 착한여자는 왜 불행해지는 것일까, 착한 여자란 과연 어떤 여자일까.30대 작가군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공지영(34)씨가 ‘고등어’를 펴낸지 3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착한 여자’(한겨레신문사 펴냄)는 이른바 ‘착한 여자 신드롬’에 대한 문학적 분석서 이기도 하다. `착한 여자란 제 인생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마침표를 찍은 때가 새순이 돋는 봄철이었는데 그동안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지긋지긋할 정도로 생각해왔는지가 느껴지더군요. 내가 착할게, 뭐든지 다 참고 잘해줄게 하는 것들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요. 이땅에 사는 여자들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한번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지방 소도시 출신인 주인공 정인의 신산스러운 삶을 조용히 뒤쫓는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자살이란 상처를 경험한 그는고등학교 졸업후 마을의 부잣집아들 현준과 결혼한다. 남편의 끝없는 도박벽과 구타에 허물어져가던 정인은 이혼후 친구의 출판사에 취직해 새 삶을 시작하지만, 나약한 소설가 지망생 호영에게 다시 버림받고 남루한 자취방에서 칼로 손목을 긋는다.고향 오빠인 의사 명준의 보살핌으로 살아난 정인에게 남은 것은 뱃속에 든 호영의 아이.딸 효빈은 결국 그를 절망속에서 구해낸다. `나 오늘 처음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좋았어요. 내말 이해하겠어요? 아이 업고 궁둥이 두드리면서 노래 부르는 거, 내가 한 생명의 엄마라는 거….`

정인이 아이를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은 지난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픔을 겪었던 공씨 자신의 경험으로도 읽힌다. 그는 한때 자신이 강하게 부정했던 ‘여성성’‘착함’의 힘을 되찾게해준 것도 바로 아홉살난 딸과 두살짜리 아들이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착하고 부드럽고 여성적인 것은 다 남성들이 만들어낸 신화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사는 게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 사회를 구하는 것은 생명을 창조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힘이고, 세상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배운 셈이지요.`  세상에 대해 좀더 관대해진 공씨의 눈길은 마지막 5부 ‘사람이 사는 집’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신문연재 스케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지었던 이 부분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새로 썼다. 

그는 `단순히 남자에 대립되는 의미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자,사회에 기여하는 여자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소설 제목 에는 애초 말 잘듣는 딸,참고 살테니 제발 날 사랑해 달라고 남자에게 `사랑`이 아닌 `거래`를 하는 여성의 모습을 [한국일보 하종오 기자 1997-05-07]

30대 여성작가군 중 대표 주자의 한 사람인 소설가 공지영(34)씨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이후 3년만에 장편소설 「착한 여자」(한겨레신문사간)를 냈다. 공지영,하면 떠오르던 이른바 후일담·페미니즘소설 류와는 사뭇 다른 차원에서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그로서는 첫 신문 연재소설이기도 하다.줄거리는 고졸의 여주인공 정인이 부잣집 아들, 운동권 대학생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여성성을 발견해간다는, 자칫 상투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공씨는 `우리가 여자인 것들에 대해서, 나 예전에는 왜 그렇게 내가 여자인 거 싫었나 몰라.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부드럽고 따뜻하고 조용조용하고 그런 거, 그건 너무나 소중한 거야` 라고 주인공이 말하듯 여성성의 소중함에 새롭게 눈을 뜬듯하다.그는 `단순히 남자에 대립되는 의미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자, 사회에 기여하는 여자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소설 제목 「착한 여자」에는 애초 말 잘듣는 딸, 참고 살테니 제발 날 사랑해 달라고 남자에게 「사랑」이 아닌
거래」를하는 여성의 모습을 비아냥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작가는 이「착한 여자」를 거부하고 소설의 결말을 혼자 남은 여주인공이 일자리를 가진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해 완전탁아를 목표로 한단체인 「가족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나가는데서 맺는다.여성과 사회의 조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에 대한 고민 어린 모색인 셈이다. `페미니즘에 관한 이런저런 논쟁보다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실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 공씨는 괴테의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로 말을 맺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도다`

공씨는 `남녀의 대립구도가 아닌,쌍방이 서로 인간적인 삶에 기여할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며
`한때는 강하게 부정했던 부드러움이라는 여성성의 큰 힘을 다시 껴안게 됐다`고 말한다.[세계일보 조룡호 기자 1997-05-06]

작가 공지영씨(34)가 새 장편 「착한 여자」를 펴냈다.(전2권,한겨레신문사간) 이 장편은 이 사회가 주입시킨 그릇된 여성상에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독립된 인간으로 서지 못한 한 여성이 사랑과 상처를 극복하고 거듭나게 되는 과정에 바쳐진다.이전에 주로 다루었던 80년대 운동권 이야기나 전투적인 페미니즘에서 한 걸음 나와 여성성의 참 의미와 그 건강한 발양에 관심을 기울인 역작이다.주인공 정인은 고졸 출신의 평범한 여성. 어린 시절 어머니가아버지에게 매를 맞다가 저수지에 뛰어든 아픈 상처를 지녔다.그녀는 같은 동네의 부잣집 아들인 현준과 결혼하지만 술과 도 박과 구타로 날을 지새는 그와 결국 이혼한다.이혼 후 직장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위안과 사랑을 느끼지만 그또한 정인을 버린다.마지막 절망을 이기지 못한 정인은 동맥을 긋는다. 우여곡절끝에 이웃에서 같이 자란 오빠 명수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은 정인은 왜 자신이 구타당하고 버림받는 처지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된다.정인은 말한다.`한 남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거래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착할께,날 좀 사랑해줘,내가 노력할께… 그건 사랑이 아니 었어요` 길고 험한 우회로를 돌아 정인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도록 이끌어간 작가는 이 소설의 말미에 여성들끼리 힘을 모아 진정한 여성성의 큰 힘을 키워가는 공동체 모임을 제시하기도 한다.

88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공지영씨는 90년대 들어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등어」등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굳히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여왔다. 공씨는 `남녀의 대립구도가 아닌,쌍방이 서로 인간적인 삶에 기여할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며 `한때는 강하게 부정했던 부드러움이라는 여성성의 큰 힘을 다시 껴안게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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