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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인터넷 덕분에 글쓰기는 대중적인 행위가 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는 어떨까? 논술을 생각해보자. 글쓰기의 하나임에도 논술 소식이 들려올 때면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고심하게 된다. 가령 대학생이 기업 논술을 눈앞에 뒀을 때를 보자. 학과게시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와는 천양지차다. 그럴 때 필히 실감한다. 논술도 수련의 하나임을.
이런 탓인지 요즘 논술을 훈련시켜준다는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해야할까? 외양만 보면 다들 비슷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책 한권이 있다. 한국의 대표 지식인 중 한명인 강준만이 지었다는 <대학생 글쓰기 특강>이 그것이다.
강준만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보증수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글을 잘 쓴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계는 물론이고 오픈라인의 세계까지 한 주름 잡는다는 건 웬만한 이들이라면 아는 사실. 그렇기에 시선은 기대감으로 변한다. 강준만 만큼은 아닐지라도, 책 한권으로 그에게 배움을 얻어 보고자 하는 기대 심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책 속을 들여다보자. 먼저 눈에 띄는 건 차별성이다. 일종의 모범답안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종류의 책들은 유명한, 또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논술을 보여주면서 글쓰기의 여정을 시작한다. 철학이나 역사 등의 지식들을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도 자주 보였다. 반면에 강준만은 어떠한가. 그런 것들이 없다. <대학생 글쓰기 특강>은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책이다. 시간이 없다는 듯, 돌고 도는 길을 피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정면 돌파를 노리고 있다.
‘제1장 자세부터 가다듬기’를 보자. ‘~하자’는 제목들이 차례의 다수를 이룬다. 주어에 책임지자, 멋진 제목을 다는 훈련을 해보자, 접속사 사용을 자제하자, 피부 반응을 자제하자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종의 지침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것들은, ‘뉘앙스’ 그대로 정면 돌파의 준비 자세에 해당된다.
논술은 자고로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했다. 강준만도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목에서 나와있듯이 대상이 대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해서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창의력 훈련이 필요하다’ 정도로 그치고 곧바로 ‘교육’을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한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강준만은 ‘접속사 사용을 자제하자’고 한다. 어감으로 후련한 맛이 있는 접속사들이 논술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논술에서 경계해야 할 것으로 ‘어쨌거나’, ‘어차피’, ‘좌우지간’ 등이 뽑혔다. 강준만은 “논술은 대화와는 다른 성격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급하고 우격다짐이란 느낌을 줄 수도 있으므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방식으로 문장을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정면 돌파의 교육이 있다. 그 장면 중 제2장을 보자. 제2장은 제목처럼 ‘다시 보는’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본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현실주의로 접근하며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찾으라는 말일 게다. 식상하다고 할 수 있는, 뻔한 것에서 탈피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학문주체성과 사대주의에 관한 대목을 보자.
‘학문주체성’이라는 말은 일단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주체성이라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몇 안돼는 단어 중 하나다. 때문에 글도 그쪽 방향으로 유도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현실주의로 접근해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강준만은 여기서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들려주면서 학문주체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대학 지식인들은 기존 풍토에 저항하기보다는 따르는 것이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핵심이라면 이것을 외면한 채 어떤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이것은 확실히 ‘다시 보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지적이다. 사대주의는 어떨까? 조선시대의 경우로 보자. 조선은 중국을 상전 모시듯 했다. 이것은 사대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여 지금도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다시 본다면 어떨까? 강준만은 일례로 그것을 조선의 생존방식으로 보는 시각을 언급한다.
조선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꽤나 ‘어려운’ 처지였다. 그럼에도 조선이 5백 여년의 시대를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인데 그 비결이 사대주의였던 것이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구나 떠올리는 비판내용인, 필요 이상으로 아부를 떨었다는 사대주의로 보는 것과 생존방식으로 보는 것 사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보던 것을 다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인 셈이다.
이렇듯 <대학생 글쓰기 특강>은 정면 돌파를 감행한다. 때문에 소위 ‘스킬’이라는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을 쓸 때 유의해야 할 것들,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들을 단련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현실에서 곧바로 통할 수 있는 말들이 있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껏 기대치를 높여도 좋다.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데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다. 글쓰기에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이라면 배움을 청할 만 하다. 글에 대한 욕망을 갖은 이라면 만족할, 강준만의 노하우 글쓰기가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