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님의 끊임없는 글쓰기 에너지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다양한 시점, 다양한 문체, 다양한 소재, 다양한 방식에 놀라곤 한다. 한권의 소설집을 읽으면 은희경이라는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을 읽는것 같지가 않고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은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글쓰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은희경님의 작품은 꼭 필사를 해보고 싶다.

타인에게 말걸기를 읽는데 자꾸 언젠가 읽은것 같다라는 생각이 오버랩된다. 그것도 처음부터 생각나는것이 아니라 단편의 4/5 정도를 읽은 지점에서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거기까지 읽으면 결론이 막 떠오르는거다. 아무래도 결혼전에 읽었었나보다. 대체 내 머리의 기억장치는 언제쯤 제대로 발동을 해줄것인지 원..

타인에게 말걸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두번째 작품 [특별하고 위대한 연인] 과 소설집의 제목과 동일한 [타인에게 말걸기] 이다. 특별.... 을 읽으면서는 바보들! 이라며 피식 웃음이 나왔고 타인에게..를 읽으면서는 남자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두 경우 모두 타인에게 말걸기에 실패한 경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자의 경우는 말걸기 전에 너무 오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다가 실패를 한 경우이고 후자는 너무 자신의 입장에서만 타인에게 말걸다가 실패한 경우를 보여준다. 타인에게 말걸기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혼자사 살기, 혼자서 말하기가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것에 대한 이야기하는것이다. 요즘 소설들을 보면 혼자서도 잘해요! 식의 소설을 많이 볼수있다. 특히 조경란 씨의 소설을 보면 사방이 꽉! 막힌 독방에 갖혀있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그마저도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해결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타인에서 말걸기에서는 독방은 아니지만 뭐랄까..군중속의 고독이랄까!  함께 있는데 혼자다. 마음을 열고 싶지도 않고 말을 잘 건네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둘러쌓여져 있다. 그리고 원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하고 관계를 맺어가야한다. 너무나 일방적으로..

타인에게 멀걸기에 나오는 여자는 정말 기가막힐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없이 지껄여대고 요구하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기가막히다. 관계하고 싶지 않고 튀고 싶지 않고 그냥 묻혀지내고 싶은 마음에 거절이라는걸 하지 못한다. 그냥 냉소적인 분위기만 풍길뿐이지 하는 행동은 하나도 냉정하지가 않다. 뭔가.. 그도 혹 혼자는 외로운건가? 그렇게 누구와도 관련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혼자만 있는건 두려운건가.

 타인에게 말걸기 속의 인물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가족, 연인, 직장동료, 전혀모르는 남 등등.... 그들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그것을 유지하려 살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다들 혼자이다. 이제 혼자인 이들의 극복기를 좀 적어주어 타인에게 어떻게 말을 걸껀지 그 해답을 좀 주면 좋겠는데 그건 우리의 몫이다. 너무 타인을 의식해서 할말을 하지 못해도 안되고 너무 의식을 안해서 타인을 질리게 해서도 안되고, 너무 관심가져도 안되고 너무 무관심해서도 안된다. 아..디럽게 어렵다. 그래 인생이란 그런거지 디럽게 어려운거지...

난 은희경이 좋다. 참 질리게도 안하고 답답하지도 않고 적당히 트렌드를 따라가고 또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잃지도 않은....그래서 난 은희경이 좋다. 내 기억장치의 고장으로 읽은 걸 또 읽어야하는 짓을 앞으로도 또 몇천번을 거듭할지라도 은희경 소설이라면 괜찮다. 읽고 또 읽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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