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 개정판 정채봉 전집 8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98년 겨울의 문턱에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를 만났습니다. 뻗뻗하면서도 한지같은 느낌이 나는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어항속의 물고기를 한쪽눈을 지긋이 감고 노려보는 고양이 그림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표지 안쪽에 있는 너그럽게 웃고 있는 정채봉님의 미소가 너무 맘에 들었고,  책의 뒷표지에  있는 류시화 시인의 글은 일품이였으며,  정성과 유머와 충고와 권유가 베어있는 글 한편 한편 모두 감동이였습니다.  그 중에 최고의 감동은 마지막 작가 후기였습니다.

[물 한방울도 아프지 않게]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작가 후기에는 선생님이 분신처럼 아끼는 수첩 안쪽의 내용물 변천사가 쓰여져 있습니다.  충청도 괴산의 야산길에서 만난 찬송가를 너무나 아름답게 부르던 소녀에게 받은 종이학이 그 시작이였고, 그 종이학은 종합검진때문에 들렀던 병원에서 만난 옆사람에게 건네졌습니다. 옆 사람은 검진을 기다리며 "이 만큼이라도 담담할 수 있을 때 하나님께서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였고 선생님은 "이 종이학은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어린이가 접은 겁니다.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라며 종이학을 건냈습니다. 그 분은 주머니속에서 작은 성서를 꺼내어 그 종이학을 소중히 담고 다른 갈피에서 메모지를 꺼내주었습니다. 그 메모지에는 옆 환자분이 요즘 자주 읽고 있는 시라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모래톱을 건너며' 라는 시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여러날이 지난 어느날 전철에서 만난 실연 당한 여성에게 위로를 하가 위해 그 시를 건네 주며 종이학과 시에 읽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녀는 그 시를 건네 받은 후 하늘에서 떨어지는 벗꽃잎을 수첩으로 받은거라며 한번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벗꽃잎을 잎으로 후~ 불어 선생님의 수첩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 지하철에서 만난 한 여학생이 중앙 도서관 강의 때 들었다며 벗꽃잎 지금도 지니고 계세요?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수첩속의 시를 건네 주었고 선생님도 그 꽃잎을  꺼내주었다고 하네요.. 그 여학생의 준 작자 미상의 시 [만약] 의 전문이 적혀있습니다. 이 글을 쓰신것이 1998년... 그리고 선생님은 2001년 하나님 나라고 가셨지요.. 지금 선생님이 살아 계시다면 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아마도 그 시를 누군가에게 주고 또 무언가를 받고 계시겠지요.

나는 98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졸업 선물로, 또 99년 새해 선물로, 입학 선물로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욕심내지 않고 처음의 그 마음으로 살길 바라면서, 더 이상의 자기안의 욕심으로 힘겨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제 아침에 갑자기 이 책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 그때 참 많은 이들에게 선물해주었지. 우리 졸업 동기들에게도 선물해주었지. 그들은 이책을 잘 간직하고 있을까... 어제 오후에 남편과 함께 함께 헌 책방에 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펴낸 날짜를 보니 1998년 11월 11일 1판 1쇄의 책이네요. 1500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던것 처럼 또 소중히 한장 한장 넘기며 마지막 후기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알라딘 서점에 들어와보니 1월 9일 정채봉 전집 이라하여 깨끗하게 다시 출판되었네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자신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좀더 순수했던 그때,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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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6-02-1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몇 년간 알라딘 다니면서 본 최고의 서평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쁜하루 2006-02-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렇게 최고의 칭잔을 해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