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오래 읽었습니다. 그냥 잘 안 읽혀 졌습니다. 이 책은 산게 2003년이였는데 꺼내서 읽다가 몇장 읽고 책상 위에 올려놓고 또 꺼내 읽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러다가 얼마전에서야 다 읽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하고 한참 생각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가 전우익님을 너무 과소평가 했기 때문인듯합니다. 느낌표를 통해서 만난 전우익님은 정말 그냥 농사꾼 같았습니다. 너무나 편안하고 우리 할아버지처럼 나를 얼래고 달르듯 천천히 쉽게 말해주는 그런 농사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서 읽는데 그곳엔 우리 할아버지는 없었습니다. 사회를 향해 날선 비수를 던질수 있는 지식인이 있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처럼 봄이면 땅 일구고 여름이면 김매고 가을이면 수확하고 겨울이면 자식들과 화로불에 앉아 자식들 이것저것 챙겨주며 옛날 이야기를 하는 분은 아니였습니다. 정성껏 키운 농작물이 잘 자라주어서 가을에 맛있게 먹는거로 만족하는 그런 할아버지는 아니였습니다. 전우익님은 그냥 단순히 농사를 짓는것이 아니라 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난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그리워했나 봅니다. 어쩌면 이렇게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한 희망같은건 접은지 오래였나봅니다. 내가 세상을 향해 아무리 떠들어봤자 변하는것은 없다고 포기하고 살았나 봅니다. 그래서 삼겹살 집에서 정치 얘기로 떠들고 가끔 언성 높여 싸울때 귀를 막고 고기만 그렇게 집어 먹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이렇게 오래 읽혔나봅니다. 눈 감고 싶은, 귀 닫고 싶은 이야기들은 자꾸 꺼내시니 내 마음에서 한마디 한마디를 밀어내었나 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가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듯했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세상을 향해 눈감지 말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좀 알고, 우리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지켜드리려면 농촌이 지금처럼 빚으로 허덕거려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물질적으로 또 행위적으로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할 용기는 없지만 방관하지는 말자! 라는 생각은 갖게 되었습니다. NGO 단체들 참 많은데 깊게 생각해서 나의 뜻과 맞는곳에 가입하고 활동할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쪽 마음은 자꾸만 그럼 옛날이야기는 누가 해주는거예요~~ 라고 말하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친한 친구도 이 책이 그렇게 안읽혀졌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그 친구도 구수한 할아버지의 음성이 듣고 싶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