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시선 156
함민복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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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시집을 10년이나 늦은 2005년에 구입하게 된데이는 함 시인의 시 [긍적적인 밥] 이 시를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이 시를 딱 읽는 순간 이 시인의 가난하고도 겸손한 마음이 내게 팍 꽂혀버렸다. 지금껏 내가 읽어온 시들은 사랑의 시들이 많았다. 상대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또는 신앙의 절대자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그런데 저 시에는 생활이 담겨있었다. 지금 내 처지를 불평하는것 같으면서도 어찌나 긍정적인지 이 시인의 마음은 이미 부자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가 내게 감동을 주어 내 생활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었다. 300원에 푸른 바다를  산 사람같은 마지막 연은 희망으로 내 심장이 부풀어 올라 터져 나게 하는것 같았다. 난 친구들에게  이 시를  읊어주었다. 소금 한됫박 가격에서 바다를 꿈꾸는 이 시인을 다들 탄복하며 칭찬하였다. 그리고 자신들 주머니속의 돈 300원이 더이상 종이컵 속의 커피 한잔이 아니요 저 태평양을 품을 수 있는 희망의 돈이 되었다. 사실 서른을 넘기면서 여태껏 해놓은것이 없는 자신들을 뒤돌아보며 다들 많이 힘겨워했었다. 난 대체 뭐하며 산거니, 앞으로는 또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니.. 그런데 이 시 한편이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또 한편의 시는 우리에게 솔직함과 발칙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농촌 노총각   - 함민복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리 걸어보고 싶구랴

하하!! 이 시는 그냥 우리를 솔직함의 세계로 빠져버리게 만들었다. 얼마나 솔직한가! 총각의 진정한 마음! 저것이 아닐까! 서른 넘어 노처녀로 들어선 우리! 뭐 솔직히 하는일이 있어서 내지는 공연이나 뭐 이런것들 자유롭게 볼수도 있고 하고 싶은거 자유롭게 할수 있어서 결혼..뭐 생각 안들어! 라고 말했지만 좀 더 까발리고 솔직해지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애하고 싶은것이 솔직한 마음 아닌가. 긴긴 겨울밤 혼자서 밤까먹는것보다 애인이 까주는 밤 먹는것이 더 맛있지 않겟는가.  함 시인이 우리를 웃겼다  울렸다 한다. 힘을 주었다가 힘을 빼았았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시는 우리의 인생을 바꿀 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데..  시집을 읽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나부터도 여유가 없으면 시집보다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처세술 책에 더 관심이 가긴한다. 조금은 릴렉스 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에서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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