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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ㅣ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나 기타 여러 책들은 한권 다 읽었다! 라는 표현을 자연스레 쓸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 자연스레 리뷰도 쓰게 된다. 허나 지금껏 시집을 한권 다 읽었다! 라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을 뿐더라 시에 대해 어떻게 리뷰를 남겨야할지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좋은 시들이 독자들의 손에 가보지도 못한 채 사라질까봐 리류를 써보려한다. 너무 너무 좋았는데 반응을 안보이면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니까 아무글도 없겠지! 라고 여겨버리기 때문이다. 어쨋든 나는 이 시집을 한권 다 읽은것이 아니라 겨우 한번씩 읽었을 뿐이다. 시집이라는것이 그렇다 맘먹으면 1시간 안에도 한권을 다 뗄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시가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것은 한번 눈으로 읽어라! 가 아니라 우리이게 그 시심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그러니까 시는 읽고 또 읽으면서 씹고 또 씹으면서 더욱 깊은 맛을 느끼는데 있는 것이니 그래 그 시 한번 본적 있어! 이렇게 끝낼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여기 근 10년 맞나? 10년만에 시집을 낸 이가 있다. 함 민복, 그가 말하기를 10년만에 시집을 내니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다들 10년만에 냈으니 얼마나 잘 만들었으지 보자! 하는 심정으로 시집을 볼테니 말이다. 난 함 시인을 알지 못하기에 10년만이고 20년만이고 내겐 중요한것이 아니였다. 그저 이 시인의 마음이, 이 시어들의 살아있음이 그것만이 중요한것이였다. 시를 읽다보면 어떤 시는 푸념같은 시가있다. 얼마전 읽은 신현림시인의 시가 살짝 그런삘이 났다. 시라기보다는 산문같았다고나 할까, 왜 시어들들 보면 정갈하게 다듬고 다듬어서 가장 최고의 것으로 다이아몬드같은 그런 단어들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풀어헤쳐놓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어릴때 학교에서 배우기를 수필이란 붓 가는대로 쓰는글! 이다라고 배우지 않았나. 바로 신시인의 시가 그랬다. 여튼! 함 시인의 글은 그에 비하면 참 조심스러운 글쓰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삶 자체가 조심스럽게 사는 삶이라서 그런지 시에서 겸손함이 묻어났다. 그 겸손함이 그저 강한 사람을 향한 비실비실한 약자의 겸손함이 아니라 자연을 향한, 뻘을 향한, 이동네 터를 닦고 살아온 주민들을 향한 그런 겸손함이였다. 그런 겸손함이 좋다. 나도 그런 겸손함으로 살고 싶어진다.
책머리에 있는 작가의 말에는 여타 변명이 없고 그저 자신의 마음을 시로 담담하게 써놓았다. 함시인이 좋다. 손바닥만한 화분 두개를 천원에 사서는 내 평생 땅 하나 샀다며 활짝 미소지어 보이던 그 함시인이 좋다. 그의 시어들이 좋다. [소스라치다] 에서는 뱀에 놀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때문에 놀랐을 뱀과 여타 다른 생물, 무생물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있다. 햇살이 담길수록 가벼워지는 개밥그릇, 제 몸보다 더 높은곳에 집짓는 생물없는 뻘, 하늘에 박혀있는 달짱아찌... 함 시인의 시어는 나를 눈물짓게 했다가 또 미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