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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무삭제판) - 할인행사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자비에르 카마라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영화를 보았을때는 참 묘한 영화다 라는 느낌이였고 두번째 영화를 보았을때는 마냥 슬펐고 세번째 이 영화를 다시 보았을때 이거 참 예술이다.....라는 느낌이였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는 그냥 가벼운 사랑 영화려니 하면서 보았다. 그런데 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나와 투우사를 사랑하더니 이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병원에 와보니 남자 간호사가 지극정성으로 식물인간이 된 여성을 돌보고 있다. 영화는 천천히 느리게 흘러 간다. 그러다가 남자 간호사가 보러간 영화 [연인이 줄었어요 : Shrinking Lover] 그 영화의 장면이 나에게는 너무 충격이여서 영화가 끝나고 난뒤 이영화가 어떤 내용이였는지 어떤 감정으로 영화를 봐왔는지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냥 머리위 허공에서 그영화의 마지막 장면만이 둥둥 떠다닐뿐이였다. 얼마전에 어떤 리뷰를 읽다가 나처럼은 아니지만 그영화속의 영화에 깊은 인상을 받은 분이 올려놓은 사진과 글을 보고 조금은 무뎌지고 왜 그 영화를 넣었는지에 대한 이해도 되었다. 아래 사진은 알프레드 큐빈의 작품입니다.

두번째 이 영화를 보았을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나운서의 친구가 이세상을 떠났을때 그녀가 적은 글때문에 다시 한번 이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글은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고 정은임 아나운서가 병상에 누워있을때 그녀의 회복을 빌며 썼던 글이다.
Hable con ella 그녀에게 (말을 해) 상영시간보다 늦은 나는 우연히 뒷쪽에 앉아있는 언니와 만났지
"처음부터, 처음부터 꼭 봐야했는데.." 10번도 넘게 언니는 그 얘기를 했지.
언니, 미안해, 아직도 그 앞부분을 다시 못 봤어.
12년전 반포로 가는 좌석버스에서부터 또 두려움에 떨며 몰던 기름이 다 떨어진 차안에서
우리는 가장 기쁘고 가장 힘들었을 때,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날에도 함께했어.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좋아했어, 서로를. 여느 자매와 다를바 없이.
사고나기 3시간 전의 통화. "지은, 세수대야말고 다른 거 사주면 안 될까?"
전날의 점심. 어머니와 아들 얘기를 했지. 사랑하는 남편의 사려깊음에 대해서도.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그 날 매운거 시켜서 미안해.
일주일 전의 또 다른 점심. 12년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작은 역사를 얘기하면서..
the story of us의 명대사, it's our history!를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우리의 자매애에 대해 얘기했잖아.
그 날 그 큰 식당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 코가 빨개질 때까지 울다가 웃다가 시켜 놓은 타코와 샐러드를 하나도 먹지 못했어.
언니, 그 날 내 얘기로 언니를 울려서 미안해.
언니에 대한 모든 뉴스, 신화..그런 건 다 소용없어.
"지은,우리 팔짱 끼고 걷자"며 나를 꽉 안던 언니, 그 뛰던 심장,
우리 둘의 작은 이야기들안에서 살아있는 언니만 중요해.
마음여리고 착한 언니는 지금 우리를 더 염려하고 있겠지..
사랑이 너무 많으면서도 부끄러움때문에 잘 표현하지 못했던..
언니.
언니,
잘 해낼거야. 제발. 부디.
그녀에게 말을한다, 매일 매일.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강한 의지를 보며 그녀에게 말을한다.
일어날거야.
꼭.
이 글을 읽으면서 울고 이 글을 읽고 다시 영화를 보면서 또 내내 울었다. 그리고 나도 늦지 않게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더 잘해줘야지 해줄수 있는것 해줘야지 생각했던것 같다. 얼마전 김지은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그녀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여전히 그립다는 글과 함께...

어느 날 새벽, 그녀가 남긴 방명록.
이렇게 밤을 새고 난 새벽이면. 어김없이 그녀는 그리움으로 똑똑 노크한다.
잘있니? 지은아!
여전히 명랑한 목소리지만, 그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떠나기 3시간 전 통화. "지은아, 너를 위한 램프..."
언니가 실은 나의 램프였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겠지..
세번째 이영화를 보았을때는 피나 바우쉬를 알고 난 후였다. 김경의 책 뷰티풀 몬스터에서 정말 짧게 언급되어있던 흰머리가 아름답다던 피나바우쉬에 대한 글 때문이였다. 그녀가 누구인지 찾아보고 한국에 와서 공연한다는 소식도 접하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라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던 그 알수 없는 무용극이 그녀의 것이라고 하기에 다시한번 보게 된것이다. 연극의 시작에 나왔던 무용극은 카페 뮐러 말미에 나왔던 무용극은 마주르카 포고이다. 마주르카 포고는 2003년 우리나라에서 공연 된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에 대해 알고 나서 또 그녀의 작품을 내눈으로 실제로 보고 나서 그 영화를 다시 보았을때 카페 뮐러는 그냥 난해한 무용극이 아닌 지금 이 남자들의 현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래 저래 어쩔수 없는 처지의 모습이였고, 마지막 마주르카 포고의 무용극은 다시 살아난 생명력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며 다시 본 그녀에게는 나에게 처음 봤을때의 그 충격과는 다른 아름답고 슬픈 그런 사랑 노래, 시 같은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