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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리철진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유오성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대학 4학년 시절. 울 대학 학생회관 앞에는 언제나 헌혈차가 서있었다. 나도 대학시절 통틀어서 20차례 정도의 헌혈을 한것 같다. 어쨋든!! 헌혈을 하면 극장표를 주었고 가끔 돈이 없을때 영화가 보고싶으면 헌혈을 하곤 했었다. 99년 5월! 나는 휴학을 했던 탓에 동기들은 모두 졸업을 하였고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다. 후배들과 오전 수업을 마치고 기분도 꿀꿀한데 영화 보러가는게 어떴냐며 뜻을 모았다. 나를 포함 총 4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문화상품권이 있었고(그당시 극장요금은 5000원이었다) 2명은 헌혈로 받은 영화권이! 그래서 한명이 급히 헌혈을 하고 우리는 시내 극장으로 향했다. 대략 시간 맞는 영화가 간첩 리철진! 전에 장진 감독에 대한 기사도 읽은 적이 있고 평판도 좋은 감독이라기에 극장으로 들어갔다. 낮 3시쯤이였는데 극장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4명이 전부였다. 난 후배들에게 "얘들아~ 오늘 내가 이극장 전세냈다. 편하게 봐라!" 라고 농을 던졌다. 극장 주의 강아지가 극장안으로 들어왔는데 아무도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아지를 안고 영화를 봤다.
여기저기 리뷰를 뒤적거리다가 보슬비님의 리뷰를 보니 대학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서 리뷰를 적어본다. 간첩 리철진을 처음 접한 내 느낌은 처음은 신선하다! 였고 마지막은 이거 무슨 판타지 영화냐! 하는거였다. 우리나라에서 간첩으로 살아가는 박인환 아저씨와 정영숙 아줌마. 이제 어느정도 남한의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냥 이대로 살아가도 무관할것 같다. 그런데 북에서 간첩이 하나 내려온거다. 유오성. 정말 큰일을 벌이러 왔는데 4인조 택시강도에게 물건을 도난당한다. 그 4인조 택시 강도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규수, 임원희, 이문식, 정재영이다. 지금 정말 우리나라 영화를 책임지는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아닌가. 그때는 정말 배꼽잡히게 웃기기만하고 사실 머리속으로 뭐 이런 요상한 영화가 다있어 말이돼~ 라고 하면서 봤는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장진식 유머였고, 그것에 아주 적합하게 연기한 이들이 저들이였던 것이다. 뭐 설정도 그렇고 살짝의 갈등과 아픔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잘 만들어졌는데 언제나 늘 느끼는 거지만 영화 막바지에가서는 왜이리 영화들이 뒷심이 부족한지... 여튼 굉장히 현실적인 영화로 가다가 손금을 옮기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냥 너무 퐝당~~ 하다 라는 마음만 갖게 될 뿐이였다. 지금도 그 부분은 왜 꼭 그래야만 했는가!! 라고 의문을 갖는데 얼마전에 본 [박수칠때 떠나라]를 보니 혹 장진이 바라는것이 그런건가! 이건 영화다! 현실이 아니다! 를 관객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려고 그렇게 판타지 같은 것들을 마지막에 집어 넣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영화를 보다보면 작은역에도 최선을 다했던 그들이기에 오늘날의 그들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 볼때 가장 이상했던것이 다 늙어 보이는 고삐리였는데 그가 바로 신하균이다. 아무리도 봐도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데 고딩이란다. 볼때 어디서 저런 배우를 갖다 썼나! 그랬는데..ㅋㅋㅋ 지금 얼굴이랑 그때 얼굴이랑 어째 똑같은거 같다. 회춘을 하나..ㅋㅋ 간첩 리철진!! JSA 보다 더 먼저 남북간의 문제를 화해! 라는것에서 푼 영화가 아니였을까 싶다. 지금은 장진식 유머가 너무 잘 먹어주고 있는데 그당시에는 시대를 잘 못 만나 흥행에 참패한것이 아닌가 싶다. 멋진 영화 재미있는 영화..그러나 아쉬운 영화! 간첩 리철진! 올만에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 보슬비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