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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이야기
이성강 외 감독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작년 10월, 동숭아트센터 내 [나다] 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에서 상영할 때를 놓치고 마지막으로 극장 상영하고 있던 씨네 큐브에서 힘겹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딱한 번! 그것도 아침 10시 특별 상영회 한번 뿐이였던 상영, 집에서 서둘러 나온다고 나왔는데 앞 부분 5분 정도를 놓치고 말았다. 헉헉대면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빙 둘러보니 나를 포함 10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요, 홍보가 덜 되어서도 아니요.(홍보는 덜 되었을수도 있겠다) 문제는 딱하나! 돈이 안되는 영화이기 때문인것이다.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팔등신 미녀들이 나오는 상업영화에 반하는 육다골대녀(살이 많고 뼈가 큰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런 영화이기 때문인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쉬쉬하는 얘기들,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얘기들, 아니 알면서도 무시하는 얘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쉽다. 이 시대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작게나마 하나씩이라도 느낀다면 이 느낌을 미래의 자식들에게 전해줄수 있다면 이 다음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아질수도 있는데 말이다. 태풍에 휘몰리고 킹콩에 짓밟히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빗자루를 타고 노는데 정신이 빠져서 우리 사회를 돌아볼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것 같다.
지난주 인간극장에서 무형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세진이가 방송이 되었다. 사실 TV를 안봐서 어떤 내용으로 방송이 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이 별별 이야기 첫번째 영화 낮잠에서는 주인공인 세진이와 세진이 엄마가 겪은 세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아니 따가운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세진이를 보면 다들 반갑게 인사를 하겠지. 힘내라고 응원해주겠지. 하지만 무형성 장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시절에 세진이가 겪은 고충은 말도 못했다. 세진이도 세진이지만 부모님 또한 많이 힘들었을것이다. 유치원을 12곳을 찾아가서야 다닐수 있게 되었던 사연, 수영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환불해달라고 난리를 쳐서 세진이 어머니가 모두 환불해주고 락스로 수영장 바닥을 6시간동안 청소했다던 사연... 그런 사연들이 이 별별 이야기에 담겨져 있다.
나는 며칠전 4살박이 조카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었다. 아직 학력차별이라든가, 외국인 노동자, 외모 지상주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첫번째 영화였던 낮잠만 보여주었다. 조카는 눈을 떼지 않고 주의깊게 만화를 보았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아줌마들이 세진이를 상상하는 장면에서 세진이가 도깨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왜 도깨비가 됐어? 왜 소리 질러? 등등..계속 그장면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네가 볼때 저 애가 도깨비처럼 보여? 저 애가 나빠 보이니? 저 애랑 친구할수 있겠니? 조카는 아무 편견없이 다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잘해줄꺼라고 하였다. 그런데 잘 모르는 어른들이 세진이를 저렇게 상상한거야. 도깨비일꺼라고.. 조카는 이해하기 힘들었나보다. 어째서 저 애가 도깨비처럼 생각되어지는지. 한참이나 갸우뚱 갸우뚱... 지금도 사실 조카는 알지 못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친구 한명이 생긴것으로 괜찮다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친구, 그렇지만 조카와 다를바가 전혀 없는 친구, 그런 친구 한명이 이 애니를 통해 생김으로써 편견이 사라지겠지. 실제로 만나도 놀라거나 하는 일 없겠지, 그냥 자연스레 친구가 되겠지.
조카는 언제나 무엇에서든지 편견이 없다. 아마 아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일것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떻게 되느냐는 어찌보면 어른들의 교육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되어진다. 어른들이 세상을 도깨비로 보기 시작하면 그 아이도 그럴 수 밖에 없을것이다. 솔직히 세상이 무섭다고 여길때가 많아서 자녀를 낳게 되면 학교도 못보내겠다..라는 생각으로 지낼때가 참 많다. 이런 나의 편견이 아이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세상을 밝게 만드는것이 어른들의 몫인만큼 나 하나라도 편견없는 눈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를 통해 인권이, 세상이 확 달라질수는 없다. 그러나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은 계속 되야한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