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부곤의 집
미니멀한 공간 속에 깃든 전통미


    고집이 남다른 건축가를 만났다. 1992년 인테리어 사무소 ‘코어핸즈’를 연 이후 시공과 분리된 오직 설계만을 고집하고 지난 10년 동안 오직 블랙 패션만을 고집해 온 김부곤이 그이다. 그 누구보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이 건축가의 집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만의 고집이 묻어 있었다.   
사진│전성곤(프리랜스 포토그래퍼)
 



어린 시절 그가 꿈꾸던 집은 사방이 투명한 유리집이었다. 마당 전체는 연못이어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현관에 다다를 수 있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역시 유리로 된 바닥 밑으로 각종 민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며 창밖 너머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투영되는, 그야말로 꿈같은 자연의 집이었다. 남달리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 김부곤은 자라나 건축가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 평창동 북한산자락 아래 자신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 될 집을 지었다. 비록 어린 시절 꿈꾸던 집은 아니지만 그가 설계한 집은 마치 유리집처럼 미니멀하면서도 자연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었다.

<< 작업실 책상에는 그가 틈틈이 수집해 놓은 수많은 소품들이 즐비하다. 햇살 가득한 통유리 창 앞에 놓은 화초들은 그 자체로 작은 실내 정원이 된다.





(좌) 거실과 부엌은 막힘없이 열린 공간이다. 식탁 대신 와인 바가 자리한 그의 부엌에는 수많은 와인 잔들이 걸려 있다. 종종 파티의 장소로 활용하는 이곳에서 그는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과 교류한다.
(우) 무채색의 소파는 그가 릴랙스 타임을 즐겨 갖는 곳. 창 너머로 보이는 1층부터 3층까지 뚫린 이 공간은 서로 다른 영역의 공간을 연결해 주는 이 집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늘 푸른 소나무보다는 사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계절 나무들을 더 많이 심어 놓았다는 그의 집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을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상하로 뚫린 중정이 먼저 객을 맞는다. 1층은 전시 공간으로, 2층은 그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코어핸즈’의 사옥으로, 3층은 그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모든 공간은 또한 공연과 파티의 장소로 쓰인다.

한때 화가를 꿈꿨고, 1981년 MBC 대학가요제에 듀엣으로 나가 동상을 수상했을 만큼 음악적 관심도 남다른 그는 매주 셋째 토요일이면 이곳에서 ‘코파스 멤버스데이’라는 예술 파티를 열 정도 문화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즐긴다.


(좌) 여행 도중 틈틈이 수집했다는 골동품들은 미니멀한 그의 공간과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중) 건축은 곧 삶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 이곳에 앉아 그는 수없이 많은 삶의 그릇들을 만들어내었다.
(우) 그가 직접 디자인해 주문 제작했다는 구름 모양의 한지 조명. 노출 콘크리트 소재의 미니멀한 공간에 전통미를 더한다.


빈 공간의 여백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공간

주거 공간이라 할 3층은 그가 일하는 사무실과 서재, 거실과 와인 바가 있는 부엌, 침실과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11시 즈음, 남향으로 난 넓은 통유리 창을 타고 아침 햇살이 부서진다. 그 눈부신 햇살만으로 집 안 가득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아침 햇살이 좋아 이 집에‘at the mon(아침녘)’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건축 외에 전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요즘도 가끔 신촌 라이브 카페에서 기타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는 그는 한때 가수 서유석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 바 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다.>>

노출 콘크리트의 재료를 그대로 살린 이 집은 지극히 미니멀하지만 그 안에 우리 전통 한옥의 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사무실과 거실, 부엌과 침실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벽으로 영역만 구분 지었을 뿐 문이 없는 열린 공간이다.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소재의 노출 콘크리트 벽면은 빛을 한껏 머금은 햇살과 부분적으로 사용한 한지 마감, 그가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는 구름 모양의 한지 조명, 곳곳에 자리한 골동품과 전통 가구 등과 어울려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좌) 침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드레스 룸에는 온통 검은 의상들로 가득하다.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고수해 온 그의 패션은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컨셉트이다.
(중) 미니멀한 화장실는 세면대가 압권이다. 천장부터 타고 내려오는 심플한 수도관이 멋스럽다.
(우) 마치 돌조각을 맞춰 놓은 듯 한 벽면이지만 나무로 짜놓은 벽 위에 한지를 덮은 것이다. 이 집 군데군데 발라 놓은 한지는 노출 콘크리트 벽과 조화를 이루며 미니멀한 공간에 전통미를 가져다준다.

까사리빙 2005년 5월 신영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