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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32살먹은 처녀 선배가 31살 먹은 아줌마인 나에게 물어보더군.. "야! 삽입부터 사정까지 11분이니?" 음.. 그 질문에 난 어젯밤 우리부부를 생각해보며.. 그렇게 짧았던가? 아닌거 같은데 좀더 길었던거 같은데..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 질문을 하는 언니나 전날밤을 떠올리며 대답하는 나나..남들이 보면 참 우스운 장면이였을듯하다. 어쨋든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11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11분이 의미하는것이 그 시간이라는 것이다. 음..그래? 라고 대답을 하고는 막 궁금해졌다. 어떤 이야기가 담긴 책일까. 우리 부부 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는 그런책은 아닐까? 그리하여 동생에게 언니가 새해에는 2세를 꼭 낳기를 원하니 11분이라는 책을 선물해주도록 하여라~ 하고 크리스마스에 얘기를 하였고 새해 첫날 뭐 꼭 이런걸 읽여야하우! 라는 말과 함께 11분이 내손에 들어왔다.
그 책을 이틀만에 헤치운(남들은 하루에 다 읽었던가? ^^;;) 지금의 내 심정은 첫째는 속았다! 이고 둘째는 재밌었다. 이다. 속았다고 여기는 까닭은 좀 더 기술적인부분(섹스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것을 마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듯한 어조로 담담하게 부위 설명을 하고 있으니 속았다는 기분인것이고(무슨 창녀가 별 기술이 없는지 ^^;;) , 재밌었다라는 느낌은 고1때 읽은 D.H.로렌스의 차탈리부인의 사랑과 고3때 읽은 주드 데브루가 쓴 가슴에 핀 붉은 장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고1때까지 남성의 음경을 그냥 고추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차탈리 부인에서 나온 페니스라는 말이 뭔지 몰라 한참 고민했었다. 어쨋든 그처럼 11분이 새로운 용어를 알게 해주었기에 그 책이 떠올랐고, 랄프와 마리아가 언제쯤 첫날밤을 치룰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한장 한장을 넘기는 날보면서 가슴에 핀 붉은 장미의 두 주인공이 떠올랐다. 그리고 랄프와 마리아의 첫날밤의 탄성은 가슴에 핀 붉은 장미의 두 주인공이 마법에 걸린듯 행복하게 치룬 처날밤이 떠올랐다.
뭐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성 지식도 준 책이라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퍽 좋았다고 평가내리기도 힘들것 같다. 중간 중간 주옥같은 글귀들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초대박 스런 책은 아닌것같다. 사실 나는 연금술사를 이제사 앞에 40페이지쯤 읽었다. 거기까지 읽으면서 왜 사람들이 연금술사에 열광하는지 찾아내지 못했는데 더 읽으면 어떤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실망은 안하고 있다. 그러므로 난 11분에 대해서 코엘료만의 어떤 독특한 문체를 찾거나 언어의 유희를 찾거나 또는 그의 정신세계 등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보다 못하네! 생각은 안들지만 그냥 그렇네..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담 나는 뭘 기대하고 이책을 읽었을까? 나의 부부관계에 좀 더 도움을 줄만한 뭔가를 찾아서? 아마도 그게 정답일지도 모르지. 솔직히 그 도움은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차탈리 부인의 사랑과 가슴에 핀 붉은 장미를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충동은 생겼다.
11분이 아예 뻘건 도서였거나 아예 청소년 권장 도서의 수준으로 나왔다면 내가 조금은 감동먹고 좋아해줬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