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길 모퉁이 놀이터 좌판 위의 예술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른바 '예술벼룩시장'이라 불리는 홍대앞 희망시장은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곳'을 꿈꾸며 붙인 이름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사실 나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취업을 하고 또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고 버럭 성질을 돋우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돌로 무언가를 만드는 '원석 DJ ' 미미루, 뜨개질한 빨강고양이와
원숭이 모자 좌판의  주인장 빨강고양이,  소박한 북아티스트 박소하다,  우유각소녀,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은 자신들의 사진을 좌판으로 펼친 좌린과 비니 부부,
날개 달린 가방을 만드는 날개공장 공장장 라라, 점토인형작가 똥쨈 아줌마,
어린왕자로 통하는 델로스 등 자신의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만든 수공예 작품들을 가지고 나와 
좌판을 펼친 12인 예술가의 면면이  참으로 다채롭다.

말이 예술작품이지 잘못 보면 어린애 장난처럼도 보일 수도 있는 것을 당당하게 좌판에 펼치고,
또 그 작품에 열광하는  마니아 층까지 형성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도 어느 정도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이젠 아무 생각 없이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64쪽)

태극기 중간에 천연덕스럽게 하트를 그려넣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수줍은 전략가  강영민은 이렇게 반문하면서 "웃자, 행복해지자, 그게 복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가벼운 듯하지만  울림이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부터 행복해지겠다고 아무리 각오를 한들 행복이란 놈이 굴러들어오겠는가!
일주일에 한 번 좌판을 펼쳐 벌어들이는 돈이 간신히 재료비나 충당하면 다행일 것 같은데
따로 믿는 데가 있는 것처럼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장난스럽고 유유자적하다.

30대부터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회에 팽배한 가운데 10억 정도를 모아야
노후가 걱정 없다고 자신은 이미 착수했다고 자랑하는 젊은이들만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보다가 ,
어수선한 작업실과  남의 시선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듯한 뚱한 표정의 젊은 예술가들을
책 속에서 만나니  어쩐지 안심이 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인다.

젊음의 특권은 어찌 보면 자신에 대한 도취인 것인데, 자신이 대단한 예술을 하는 양 폼을 잡지 않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어느 집 거실 벽에, 누군가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우리 사진을 생각하면 참 뿌듯하다"(145쪽) 는 
아내 비니의 말도,  
"사진 한 장에 7천 원이면 그저 주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 사진이 얼마나 좋은데!"(146쪽) 라고 말하는
남편 좌린의 말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지점토로 똥 모양과 독특한 생김새의 인형들을 빚는 똥쨈 아줌마의 작품들을 나는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도 한때 공예과 나온 친구랑 몇 개월쯤 집에서 지점토를 주무르며 놀아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겨울 혹한기에는 시장을 열지 않는다니 올 겨울에는 집에 틀어박혀 액자 몇 개를 만들어 가지고
봄에 개장하면 들고 나가 볼까, 하는 궁리를 하며 나는 책장을 덮었다.


 


내가 유심히 본 똥쨈 아줌마의 지점토 작품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