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돌개바람 3
유은실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마고 할미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린 삼남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실 분도 없었고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밖에 안나오신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사다주신 동화책은 책 회판원에게 구입한 계몽사 전집뿐이였다. 8-9살의 내 나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동화책이였다. 나는 아빠가 화가이고 엄마가 우리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 집에서는 월드 디즈니에서 만든 동화책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멋진 성이 발딱 일어서고 용도 벌떡 일어나 왕자를 향해 불을 내뿜는 모양을 하고 서있곤 했었다. 내 어린시절은 우리집에 있던 세계여러나라의 동화책이 아닌 월드 디즈니의 여러공주들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대신 할머니가 우리를 돌봐주러 시골에서 올라오셨다.  추운 겨울 우물에서 나를 벌거 벗기고 목욕 시키는 할머니가 마귀할멈 처럼 무섭고 싫었다.  올라오면 늘 잔소리에 싫은소리만 잔뜩 하니 할머니 안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철이 없던 시절이였던거 같다.

나는 마고 할미가 누구인지 모른다. 이 책 [우리집에 온 마고할미]를 읽는 순간 내 할머니가 떠 올랐고 우리네 할머니는 모두가 마고 할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멀티플레이어 주부인 마고 할머니,  요리며 청소며 못하는게 없으신 분이시다. 이야기 보따리 마고 할머니, 견우 직녀 이야기며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를 우리가 알고 있는것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계신다. 마고할미는 참 무섭게 느껴진다. 싫은게 참 많으신 분이라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이라 여겨진다. 마고할미는 자신의 비밀이 알려지는 날 홀연히 떠나간다.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정정하고 우리를 위해 따뜻한 밥과 반찬, 그리고 깨끗한 집안을 만들어주셨던 우리 할머니가 나이 듦속으로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신 것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용이라 그런지 활자가 참 크다. 그래서 책을 펼친 순간 깜짝 놀랐다. 글씨가 너무 커서 ^^;;  하지만 이건 나를 위해서보다는 우리 자녀를 위해서 쓰여진 책이니까 그아이들에게는 큰 글씨가 좋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더군.. 책을 읽으면서 눈이 일자로 쭉 찢어진 윤이를 비롯한 등장인문들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어쩜 이리 못 생겼을까.. 하지만 문득 닥종이 작가의 김영희님의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두 작품의 인물들이 참 많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구나 바로 내 모습이구나... 생각했다. 디즈니 만화의 공주에 푹 빠진 나에게 이 모습들이 내 모습이 어느새 생소한 모습으로 되어버린것이다.

이제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나도 할머니가 되겠지. 울 할머니 우리 돌보실때 나이가 지금의 나와 10살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도 슬슬 준비를 해볼까...멋진 마고 할미가 될 준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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