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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실을 다 읽은 지금 내 마음은 먼산을 돌고 돌아와 가픈 숨을 고르고 푹 쉬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그러나 그 힘겨움의 끝에서도 자유롭게 쉬어지지도 못하고 느껴지는 이 찜찜함은 무엇일까...마치 돌고 돌아온 그렇게 힘겨웠던 여정이 결코 먼 길이 아니라 제자리를 돌고 돈 그러한 느낌이다. 아마도 거대한 무언가를 기대하며 한발 한발 내딛었던 책속으로의 여정이 허무주의로 결론이 나버려 허탈감에 빠져서 이런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도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홍보의 효과에 눌려 이 책을 집어든듯하다! 또한 뻘건 책표지가 어쩌면 몇달전 흥미롭게 밤샘하며 읽었던 황진이를 연상케하여 내 시간을 또 도둑질해가려는 책이 한권 나온건가? 하는 생각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책을 1주일도 넘게 들고 다녔다. 그렇게 어렵게 씌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지도 않았다. 누군가 아름답다고 표현한 그 고어들이 책장을 넘어가려는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정확한 뜻을 알고 한장 한장 읽으려 드니 책읽는 기분이 안들고, 대충 이런뜻이겠거니..하면서 읽자니 나의 완벽주의 근성(?)이 찝찝하다고 아우성쳐대고.. 어쨋든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나는 무진장 지쳐있다...
미실을 통해 너무 큰걸 기대했나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몰리며 급변하는 신라의 모습과 삼국의 긴장된 대치상황과 또 이 모든것을 지키기도하고 새로이 하기도 하려는 정치인들 가운데 이 모든것을 잘 이겨내고 거대한 회오리속에서도 끄떡치 않는 한 여인!! 미실을 상상하며 읽어내려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게 웬 반전드라마 같은 꼴이란 말인가. 어디에도 급변하는 신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삼국간의 대치상황은 절대로 긴장감을 주지 못했으며, 여기붙었다 저기붙었다하는 간신배 같은 정치인들만 잔뜩 보았고, 치마 속 그것으로 자기 몸 하나 잘 지켜내 보겠다는 여자 하나가 전부였다.
남편이 책 읽은 소감을 말해달라기에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였다. 정말 잘 모르겠더라...역사책의 한꼬투리에서 미실을 발견하고 그녀를 재 창조해낸 김별아님의 상상력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따봉!! 이라는 말을 외쳐주고 싶지만 그건 조선왕조 실록에서 대장금 석자를 보고 엄청난 대작 드라마를 만들었을때 이미 받은 감동인지라 그런 상상력에는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다. 정말 아니야! 라고 말하기에는 고서를 뒤적이며 연구하고 힘썼을 노력에 미안해지고 그렇다고 좋았어!! 라고 하기엔 지친 내 몸과 마음때문에 걸리고.. 그래서 정말 모르겠다!!! 이것이 나의 정확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