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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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할때마다 나는 책을 한권 가지고 나간다 서울외각에 살고있는 나는 서울어디를가도 지하철이든 버스든 오래 타야하기때문에 그 시간들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책중에서 나의 핸드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다. 작아서 가방에 쏘옥~ 들어가기 때문이다. 알라딘에서 특판으로 나온 6권세트를 사둔터라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읽는 중이다. 키친과 하드보일드,하드락은 읽고 이미 리뷰까지 달았고 이번에는 뭘 본담..하고 책꽂이를 보던중 [티티새]를 발견하였다. 내가 이걸 읽었던가..표지의 기운이나 제목으로는 낯설움이 확 다가왔다. 약속시간도 늦였고 재빨리 책을 빼서 현관을 나섰다. 그리고 버스안에서 책장을 딱 펼치는 순간.. 아이고야...읽었구나..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나는 단기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사람처럼 자꾸 자꾸 까먹는다. 오히려 먼 과거의 일은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얼마전의 일이나 어제의 일은 먼 과거처럼 내 기억속에서 자꾸자꾸 사라져만 간다. 츠구미..츠구미도 마리아의 기억속에서 내가 하듯 차츰 잊혀져 가고 있지 않을까..마리아도 나처럼 츠구미를 잊어가고 있는건 아닐까..츠구미와 마리아 그리고 강아지 포치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던 쿄이치...나는 분명 그들을 만나고 지난 여름밤의 꿈처럼 행복해했다. 그 느낌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중에 부유해 있던 무언가가 흩어지듯..그렇게 아스러지고 말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그런 힘이 있는거 같다. 허무병에 걸리게만든다고나 할까..읽을때 그냥 일상적이나거 때로는 냉소적인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가, 회색구름얹혀진 하늘아래 앉아있는 느낌도 주었다가 책을 덮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리게 하는.. 그래서 아마도 그렇게 느낌 좋았던 티티새에 대한 감흥이 사라져 버린것 같다. 나는 지금 다시 책을 열어 읽기 시작했다. 그 기분좋은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고 이번엔 좀더 길게 기억에 담아두려고 하는 노력이다.

이 책속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부분은 츠구미의 복수 부분이다. 며칠동안 땅을 파서 구멍을 만들고 쿄이치의 강아지 겐고로를 훔쳐간 놈을 그 안에 가두고...그 일을 아무도 눈치 못채게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해내던 그녀..그녀는 겐고로를 잃은 쿄이치가 2-3일동안 있다 올꺼야 라고 했을때 이렇게 말을 했었다. [치, 개한마리 죽은걸 가지고 집에 가다니. 뭐라뭐라 큰소리 쳐봤자 ,결국은 우리 모두 열아홉 살 철부지 어린애야, 요컨대 어린애들의 여름방학인거지] 라고 말이다. 그래놓그 그녀는 저렇게 큰일을 혼자 치뤄낸다. 이 모든일이 끝났을때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겐고로를 꼭 닮은 개를 안고 있던 츠구미의 웃는 얼굴이, 따스한 햇살처럼 밝게 마음을 가로 질렀다. 아아. 그장면은 한점 얼룩 없고, 정말 눈부셨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소통하는 법을 몰라 헤매이는 츠구미는 자신의 방법으로 소통하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그런 츠구미를 이번엔, 이번엔 정말로 오래 기억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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