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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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추리소설에는 젬병인데다가 이 책은 내 인생에서 단 한번이라도 만날 법한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 책을 만난건 순전히 김지은 아나운서 덕분이다. 내 인생의 멘토라고 여기는 김지은 아나운서가 지난 11월 즈음인가 장진의 라디오 북카페에 출연한 사진을 우현히 보게 되었다. 그 사진에는 바자의 에디터인 김경이 쓴 에세이 셰익스피어 배캐이션에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정독하고 있는 모습이 나와있었다. 나는 대체 어떤 책이기에 저렇게 열심히 읽었을까 하는 궁금함으로 그 책을 샀고 그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몰타의 매를 접했다.  

  김경은 프롤로그에서 몰타의 매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 글이 자신에게 이제는 떠나야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나는 아직 셰익스피어 배캐이션을 떠날 준비가 안되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읽을 준비가 안되있었던것같다. 그래서 이 책을 좀 더 잘 읽기 위해 몰타의 매를 집어들었다. 김경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그 동기부터 상상하며 책 읽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경의 마음은 헤아릴수 없으나 또 그 부분이 내게는 뭐 그닥 크게 확~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게 잘~~~~읽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한편을 본 기분으로 말이다.  

  사실 요즘 소설들은 인물의 내면 묘사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읽으면서 많이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피곤하다는 것이 싫다는 표현이 아니라 내 감정이 소설에 이입되어 감정소모가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몰타의 매는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과 대사들로만 이루어져있다. 그러니까 상상의 여지도 많고 보여지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정말 제대로 된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 소설은 3번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보고싶다...  

  주인공 스페이드. 탐정으로서 냉혈한 같으면서도 로맨티스트 같으면서도 어쨋든 꽤나 멋있게 느껴지는 인물, 그에게 사건의 의뢰가 연거푸 2개가 들어오고 그건 몰타의 매와 연관되어있다. 음흉하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건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스페이드의 모습이 소름끼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멋있게 느껴진다. 정말 오쇼네시를 사랑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기고, 에피와는 어떤 관계지? 혹 여자를 가장한 남잔가? 하는 생각까지 의뭉스러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 상태를 전혀 표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 입문해보려고 참 애썼었다. 솔직히 추리소설 읽는 사람들 쫌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 전에 물만두님(알라딘 블로거)께 추천을 부탁드리기도 했었고,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사서 시도해보려고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몰타의 매는 흡입력이 강하고 정말 술술 읽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추리소설이라면 앞으로 쭈욱~~~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0년대 작품이라서 그런건지 문장이 어렵지가 않다. 문장의 길이도 길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 대한 공간의 설명부터 등장인물의 생김새 묘사까지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상상하며 읽으니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도 든다. 나처럼 추리 소설에 영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번 같이 추리소설의 세계로 빠져보자고 권하고 싶다. 결말을 알 수 없는, 결말이 막 궁금해지는 소설. 그런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추리소설을 이어갈 수가 없다. 다음에 읽을 책은 셰익스피터 배캐이션이기 때문이다. 김경의 책은 언제나 더 많이 알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혹 더 많이 떠나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왜냐면... 돈도 없고....메여있고....등등....^^ 

  이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대실 해밋의 또 다른 추리소설도 막 궁금해지지만 당분간은 대실해밋것은 안볼것이다. 왜냐면...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깐 ^^  여튼~ 영화 한편 제대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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