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화
일디코 폰 퀴르티 지음, 박의춘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내 책 읽기 습관 중 살짝 독특한 것이 있다면 <쉬운 책 어렵게 읽고, 어려운 책 쉽게 읽기> 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덮은 후 대체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특히나 리뷰를 쓰려고 알라딘에 들어와 다른 이의 리뷰를 읽게 되는 순간 더더욱 강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나 완전히 헛다리 짚으며 책 읽었네!' 라고 생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난 이 책이 알랭드 보통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알랭드 보통의 책은 나중에는 뭔가 일부러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읽으니까 어렵게 생각되어진 부분들이 유머가 되어 되돌아와서 책 읽기를 수월하고 또 재미있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유머의 포인트를 어디로 잡아야할지 당췌 알 수가 없고 시간의 순서를 알아차리기가 너무 어려워 애를 먹었다. 그래서 열흘 정도에 걸쳐서 읽은 것 같다. 그렇게 힘들게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마치 연애소설 처럼 끝이 나버려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런데 리뷰를 보니 독일판 <브리짓존스>라고 써있다. 허탈하다. 그냥 쉽고 편안하게 읽었어도 되는 걸, 어떤 리뷰는 시간을 죽이는 용으로 좋다고까지 써있다. 나는 죽여도 너무 죽인 것 같다. 

사람이 실제보다 더 교양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34p 

생각해보니 쉬운 책 어렵게 읽고 어려운 책 쉽게 읽은 이유가 바로 더 교양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생긴 결과가 아닌가 싶다. 책 읽기를 본격젹으로 시작한 건 고3 수능 후 대학에 붙은 후부터 였다. 집에 그다지 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교 3학년이던 언니가 사다 놓은 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람의 아들> 등등. 당시의 내 친구들은 하아틴 로맨스에 빠져있을 때 나는 이런 책들을 접하며 사회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함의 즐거움에 대해서 조금씩 눈 떴던것 같다. 이때 부터였을 것이다. 지적 혀영심에 가득차게 된 것이.  대학 1학년 때 들어갔던 운동권 출신 선배가 이끌었던 독서토론은 이런 나를 더욱 부추겼다. 나는 아는 것이 매우 짧다. 호기심은 왕성하나 시간을 투자해 깊이 파고들지를 못한다. 그러니 책 읽기도 헛다리 투성이지. 그런데 말이다. 책 읽기를 비롯한 문화,예술 감상의 영역에는  정답이란 없다고 자위할때가 많다. 그리고 평생 그렇게 믿으면 살아가고 싶다. 열흘 넘게 걸려 어렵게 읽은 여자,전화. 남들이 어떻게 읽든 간에 난 참 어렵게 그렇지만 또 생각 많이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의 책읽기는 많이 서툴고 다를지도 모르지만 시험도 아닌데 뭐 꼭 정답 따라 갈필요 있나... 그런 맘으로 쭉~ 진행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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