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이유정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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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작품을 문학으로 마주보기는 것이 참 어렵다. 모든 주인공이 '나' 인양 몰입정도가 너무 강해서 아프고 슬프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을 땐 또 엄청나게 남의 눈치 안보고 웃어재낀다. 멀쩡한 이유정의 표지는 내 마음을 '쿡' 찔렀다. 나의 외모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모습도 그닥 나아진건 없지만 초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과 어쩌면 이리 비슷하던지.참 불쌍하게 생겼다와 순박하게 생겼다는 생각들이 내 마음을 '쿡'.  작가가 서문에 쓴 세상의 모든 유정이에게는 책을 읽기도 전에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도, 집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라는 말 때문이었다. 늘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세상을 향해 두손 꽉 쥐고 어금니 꽉 깨물고 그렇게 산날이, 그래서 너무 피곤했던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서른 넘고, 결혼하고,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도 많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지금 불행한 것도 아니고, 나보다 잘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힘겹게 사는 사람도 많고...... 뭐 사람 사는건 그닥 비교거리가 되는 것 같지 않다.  

멀쩡한 이유정에서는 '할아버지 숙제'가 제일 재밌었다. 유은실 작품에서는 마당놀이 같은 구수한 해학, 유머가 넘친다. 그런 웃을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우리집에 온 마고할미]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듯 했고 [만국기 소년]에서 '내 이름은 백석' 은 <나린다> 라는 말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웃음을 자아냈고, '어떤 이모부'는 배꼽을 달아나게 하였다. [달려라 바퀴]에서 '기도하는 시간' 은 녹아가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웃었다. 이렇듯 유은실의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들은 나와 잘 맞는다.  

할아버지의 삶에 대하여 쓰는 숙제를 하기 위해 가족들의 증언을 들어본 결과 숙제는 이렇게 써야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술마시고 길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다 자빠져서 이마가 찢어졌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지긋지긋했습니다. 경수의 걱정는 한 걱정이다. 엄마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숙제를 하는 경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반전 명수 할아버지이야기!  

이렇게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웃게 만드는 유은실의 동화에는 웃음도, 아픔도, 생각할 거리도 잔뜩 있다. 진지하게 읽다보면 기성세대들에게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도 하고, 세상 사는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세상이 세대간에, 빈부간에, 다른 성(性) 간에 등등 화합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는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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