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밥 공주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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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 토닥!  요즘 읽게 되는 동화속에는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며 "네 잘못이 아니야" , "참 대견하구나", "애썼어" 라고 해주고 싶은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마음이 드는건 어쩌면 이런 토닥거림을 내 어린 시절 이웃들에게 받았다면 나도 더 잘 자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소나기 밥 공주 안공주는 먹을 수 있을때 먹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급식때 엄청나게 밥을많이 먹는다. 그래서 별명이 소나기 밥 공주다. 공주의 아버지는 집에 안들어온지 꽤 되었다. 월세도 못냈는데 말이다. 집주인 아저씨는 방세 때문에 자꾸 아버지의 행방을 묻는다. 새벽에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온다며 얼버무린다. 이런 공주에게 심장 떨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콱 얹혀버린다. 그리고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루고 꽉 닫혀있던 공주네 집 문도 열리고 202호의 문도 열린다. 

공주의 모습에서 자꾸 나를 본다.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마치 소녀 가정이라도 된 듯 살림을 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나. 그때는 엄마가 집을 나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씩씩한 살림 잘하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팠다. 우유 급식도 참 많이 먹고 싶었고, 하교길에 군것질도 하고 싶었다. 생일파티도 하고 싶었는데... 나는 동네 가게에서 과자를 훔쳤다. 그리고 걸렸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했고 주인 아줌마는 돌려보내주었다. 아마도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누구의 것을 탐낼 만큼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생 오빠들이 무료로 가르쳐주었던 야학이 고마워 지금은 내가 야학 선생이 되어 복지관 아이들에게 때로는 간식도 사주고 책도 사주곤 한다.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헌금을 내기도하고, 월드비젼과 어린이 재단에 기부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컸다. 분명 공주도 나와 같은 어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용서 받은 만큼 용서할 줄 아는... 꼭 그렇게 자라길 바란다. 힘든 이 세상의 공주들에게 잘 자라주길 바라며 다시 한번 응원을 보낸다. "토닥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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