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기!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에쿠니 가오리 책은 너무 건조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신혼 이야기를 담았던 수필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읽고 경악을 했던것 같다. 웬 신혼이 이렇게 건조해! 완전 말라버리겠군...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로 그녀의 책은 잘 안읽다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언니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해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보는 통에 "읽고 나 좀 빌려줘~" 하며 읽게 된 것이 알 수 없는 마력(?)에 빠져들어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가든>,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까지 와버렸다.  

유즈 오렌젤 

마미코 초코푸 

키쿠코 하얀거 

학교의 교실 수업시간에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적힌 쪽지가 돌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난데없이 다른 에피소드로 흘러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저 쪽지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소설은 계속해서 이런 식이다. 다카노는 첫번째 이야기 '손가락' 에서 끊임없이 유성펜을 빌리더 다닌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의 답은 두번째 이야기 '초록고양이'에서 풀린다. 단편 소설집이라고 생각했던 소설이 겹치는 인물과  겹치는 에피소드로 장편이 되어갔다. 이렇듯 이 소설은  평범한듯하면서 그 연결고리를 찾게 만들고 앞에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뒤에서 가르쳐 주는 수수께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마도 그걸 노리고 이렇게 썼을 것이다. 나처럼 이런것에 반응보이고 흥미로워할 독자를 위해서 말이다. 

독자를 울리기 위해서 쓴 소설을 보고는 운다. 그것도 아주 펑펑, 독자를 웃기기 위해서 쓴 소설을 보고는 웃는다. 그것도 아주 대박쳐... , 독자에게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를 던져주면 그것 찾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헤맨다. 찾아냈을 때 환호성까지 지르며! 아마 작가의 입장에서 나 같은 독자는 최상위의 독자가 아닐까 싶다! 사실 울리려고 작정한 소설에서는 울지 않고 싶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을 때 다짐을 굳세게 했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완전히 울리려고 작정을 했구만 이라며 탄식을 했었다. 그런데 어쩌랴... 시작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걸... 그때부터였던것도 같다. 이제 고집 같은거 부리지말고 이야기에 나의 감정을 오롯이 맡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렇게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적당히 감정선을 두드려주고, 생각도 하게 하고, 은근 재미도 있고 그랬다. 앞으로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계속 읽을 것 같다. 마력 같은게 있는 것 같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