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상상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소설을 읽으며 공지영작가 자체에 대한 상상을 했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알수가 없기에 내 맘대로 내 멋대로 상상을 하며 공지영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깨고 부수며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공지영작가가 자기 변명을 하려나보다. 자기편이 좀 되어달라고 애를 쓰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작가 공지영과 책속 주인공 엄마를 일치시켜서 읽었지만 점점 소설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분리가 되고 소설의 끝즈음에는 공지영은 없어지고 책속 주인공들만 남았다.

  두 가정에 한 가정이 이혼가정일 정도로 이혼은 이제 그다지 이슈가 될만한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이혼을 한 당사자에게는 영원히 사랑할 것 같았던 사람과 헤어지는 일과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또 헤어질까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그 아픔이 엄청날 것이다. 그것을 세번이나 반복한 주인공의 심장은 상처들로 너덜 너덜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채 딸앞에서 춤을추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피우고 잔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나는 어떻게든 나를 버리지 않은 쪽의 편을 들수 밖에 없다. 나를 고아원에 내치지 않은... 그래서 끝까지 나는 우리 삼남매의 손을 놓치 않은 아빠의 무조건 적인 편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이런 상처들은 매맞는 아내를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맞을 짓을했겠지' 라는 무서운 생각이 먼저 앞선다. '엄마가 좀 더 참지 그랬어'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는다. '엄마가 우릴 버린거잖아' 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이럴꺼면 뭐하러 자식은 낳았냐며 많이도 울고 많이도 소리 질렀다. 지금... 내 가정을 꾸미고 산지 6년째가 되어간다. 아직 자식이 없는 우리 가정을 보면 나의 모난 상처때문에 아직 준비가 안되서 자식을 주시지 않나보다 생각이 든다. 상처에 메이지 말고 떨쳐내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회복할 때 그때는 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나의집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기도도 하고 한숨도 쉬고 원망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은 지금은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서도 한번은 돌아보며 내 편이 되어달라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변명하는 글도 써보고 싶어졌다. 이 소실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글을 쓰며 나의 모난 부분을 찾아보고 가장 가까운 사람, 또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너희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사람이었노라고 말하고 싶어졌을 뿐이다.  

  누군가 공지영 소설은 우울해서 싫다고 했었다. 그런데 난 그 우울함 때문에 공지영 소설을 찾는다. 거기서 코 끝을 자극하는 묘한 향기가 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