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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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많이 헤맸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전혀 알지 못한채 집어든 책이기에 그저 공중그네식의 가벼운 유머가 한가득 들어있는 책이려니 하고 보았는데 이건 웬걸... 혁명당이니, 과격파니, 국가는 필요없다 등등...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전개되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지로에게 촛점을 맞추어 읽어가자니 그것또한 맘에 썩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쿠다 특유의 글빨이 있어서 인지 책을 내려놓지는 못하게 하는 매력만은 가득했다. 그리하여 단숨에 2권까지 후다다다닥~~ 읽어재꼈는데 2권에 들어서니 노자 생각이 너무 선명하게 나기 시작했다.

小國寡民 使有什佰之器 而不用 使民重死 而不遠徙
소국과민 사유십백지기 이불용 사민중사 이불원사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수유주여 무소승지 수유갑병 무소진지
使民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사민부결승이용지 감기식 미기복 안기거 낙기속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인국상망 계견지성상문 민지노사 불상왕내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 많은 기계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며
백성들로 하여금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하고 멀리 옮겨다니지 않도록 한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그것을 탈 일이 없고
무기가 있지만 그것을 벌여놓을 필요가 없다
백성들은 결승문자를 사용하던 문명이전의 소박한 생활을 영위하며
그 음식을 달게 여기고, 그 의복을 아름답게 여기며, 거처를 편안하게 여기며 풍속을 즐거워한다.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볼 정도이고 닭 울음소리와 개짖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로 가까워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때까지 내왕하지 않는다.

자급자족을 하며 경쟁하지 않으며 서로 돕는 단순한 삶의 모양새가 마치 노자가 말했던 이상국가와 비슷하게 느껴졌고 철학콘써트에서 비유했던 [동막골]에 그 생각이 멈추었다. 아버지가 꿈꾸던 삶은 바로 동막골의 삶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동막골에서 리수화[정재영]가 촌장에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주민들을 잘 다스릴 수 있냐며 영도의 비결을 묻자 촌장은 "뭐이를 많이 먹여야 해" 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부응이라도 하듯 남쪽으로 튀어의 지로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참으로 잘 먹는다. 컨디션에 난조가 보일때는 세그릇 그렇지 않을때는 네그릇의 밥을 먹는다. 이리오모테섬에서도 그들은 서로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느라 정신이 없다.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어진 지로나 모모코 모두들 생활에 조금씩 만족을 한다. 동막골이니 노자의 이상국가니 어쩌면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다 덮고 난 후 얼른 노자와 관련된 책들을 꺼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주체할수가 없었다.

초반에 내가 헤맨 이유는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공산주의니 혁명이나 아나키스트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라는 것과 사람들은 대체 이 책을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그 난리들인거지! 하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너무 선전에 혹~ 하신것들 아니야? 아님 공중그네의 여파인가? 뭐 등등..여러가지 생각들이 한꺼번에 들었다. 그러나 책이 점점 말미로 갈수록 또 이 작가가 공중그네 이전에 썼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순간 이 작가의 정치적 이상은 언제나 한가지였구나! 라는 결론이 들면서 대박 터지는 웃음이 아닌 블랙유머쯤의 씁쓸한 웃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1권을 읽었을 즈음에는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친구에게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나 알고 그런 마음을 갖는거냐며! 그저 혹~ 해서 읽으려거든 읽지마라! 식으로 별것 아닌 책으로 치부했는데 2권을 마친 지금은 꼭 그친구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나도 아버지처럼 (어째 아버지 이름이 이리 기억이 안나누...^^;;) 내 안에 나만의 이상국가 아니 이상낙원을 꿈꾸며 실천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 뱃 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라고 고백한 아버지의 말이 내 심장을 후벼파고 나에게 뭔가를 충동질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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