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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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의 스무살은 어땠는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었다. 써놓았던 일기가 있나 , 수첩이나 메모장은... 헌데 신기하게도 나의 스무살을 되돌아볼만한 문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전 면접 때문에 뽑아놓은 성적증명서 만이 나의 스무살에 대한 유일한 문서였다.  성적이 썩...좋지는 않다.

주인공 수련이는 병든 할머니, 실업자 아버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 아무생각 없는 동생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암에 걸린 할머니는 몸이 썩어가고 구데기가 필 정도이다. 할머니에게 독방을 내준 후 생활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다락방에서 생활하는 수련은 쥐에게 옮는 병때문에 자기 전에 고양이를 데리고 올라간다. 그런 수련이 맞은 스무살 첫 여름 방학...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수련이 맞은 여름방학은 지금의 여름방학과는 다르다.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그해 여름' 과 비슷한 시기라고나 할까. 농활이 보편화 되어있고, 학교 문제 및 사회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데모를 하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 교육을 시키던 그 세대인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 시대를 살지 않았다. 그 후세대 이기때문에 딱 한번 겪어본 데모는 나에게 추억처럼 새겨져 있다.  마르크스, 레닌 같은 건 영화나 소설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 몇번 들춰본 교양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수련의 스무살이 와닿지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회적 배경이 아닌 그저 스무살이라는 것만으로 수련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스무살. 어른이라고 하기에도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나이.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기억되는 나이. 나의 스무살은 새어머니와의 다툼으로 갑작스럽게 구한 엉망의 자취방과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빼면 그닥 기억에 남은것도 없다. '수업이 끝난 오후' 줄여서 '수끝오' 라고 불렀던 호프집에서 스무살  12월 31일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날로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내손으로 처음 돈을 벌어봤고, 밤새 술을 마셔보았고, 담배를 배웠고, 외상을 해봤고, 필름이 끊어져봤고, 오바이트를 해봤다. 그렇게 난 어른이 된걸까? 에이..그건 솔직히 모르겠다.

수련이가, 해경씨가 다시금 나의 스무살을 기억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이제 내나이 삼십대 중반을 향해 간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봤자 지금의 내 인생에 뭐 그리 변화를 가져다 줄것이며, 즐거움을 주겠냐만은... 평범한 일상속에 지워질뻔한 나의 스무살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줘서 사실은 살짝 기쁘기까지 하다. 40살에 돌아오는 스무살은 또 다르겠지. 50살에 돌아보는 스무살은 또 다르겠지. 그때마다 스무살 수련이를 만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스무살을 추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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