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수업 -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정연주 옮김, 안상헌 감수 / 경향B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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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도 드문 자그마한 블로그를 가진 내가 할 말로는 조금 우습게도 들리지만, 최근 인터넷 세상에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행위가 조금 두렵게 느껴지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놀이공간 정도로 생각됐던 블로그가 어느 순간 만인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나의 지위를 엄연한 콘텐츠 생산자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특별히 칭찬을 받지도 비난을 받지도 않았지만, 타인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인식만으로도 모든 것에 과도하게 예민해져있고 조심스러워지는 나를 본다.

 어떤 일이든 그 형태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무엇을 생산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결국 타인을 의식하는 이 상황에서 영원히 벗어나거나 도망친 채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것을 예방하기위해 노력하거나 책임지고 견디며 살아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습관이 그렇게 쉽게 바뀔것이라고도, 내가 누군가의 방법론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산자라는 역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도 나는 휘적거리며 생전 처음 맞춤법을 살폈고, 스스로도 황당하지만 글쓰기 책을 펼쳤다.​

 이해했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쓰기'라는 재구축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는 것이다. (25p.)​

 글쓰기를 책으로 읽고 배운다는 것이 아직도 ​의문스럽다. 내가 선택했지만, 책의 페이지가 그냥 영혼없이 훌훌 넘어갔다. 술술 잘 읽혀졌다기보단 빗겨 지나갔다. 그래도 다행히 내가 익히 들었던 글쓰기 방법론에 관한 교과서같은 책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당연한 듯 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전문적인 듯 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은, 좋은 선배와의 식사시간 같은 책이었다. 나를 가르치려고도 자신을 자랑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어깨를 다독여주며 스스로 깨닫고 용기를 얻기를 지켜봐주는 책, 시작을 하려는 사람에게도 잠시 멈추어 있는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예찬은 사실 나도 이 작가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저자의 ​"쓰기라는 표현 과정은 생각하는 방법이다.(26p.)" 라는 말의 기적을 경험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뱅글뱅글'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현상은 그다지 유쾌한 현상이 아니며, 개인에게 바람직한 증상도 아니다.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는 것도, 이루어낸 것도 아닌 것을 나는 알고 있고 이루어냈다고 '착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뱅글뱅글'은 번역되어야만 한다.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개인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 그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늘 감정의 혼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글을 써보라고. 잘 쓸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다고. 맞춤법, 문맥, 흐름 어떤 것 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가 스스로도 읽어보기 부끄러우면 그 자리에서 불태워버려도 된다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눈에 보이는 글자들로 옮겨서 직접 마주보라고. 조금 책의 내용과는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나는 결국 자신의 표현은 자기인식 이후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나는 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분명히 체계적이고 훌륭한 스킬들이 담긴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방법론을 읽는 일은 자아를 무너트리는 일이며, 결국은 창작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말 것이다. 스스로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가 어려운 사람에게 이 책은 충분히 괜찮은 선배가 되어줄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스킬'들은 그 다음에 알아가도 늦지 않다.

 너무 강하게 단정하는 말을 쓰면 강렬한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신과 같은 의견이라면 강하게 찬성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글쓴이가 단정해 버리면 독자는 강하게 반발한다. ... 그런 위험을 헤아려서인지, 일상 대화에서도 가능한 한 단정을 피하는 사람이 많다. ... 다만 이런 말이 품고 있는 미묘한 여지나 보험에는 누구나 민감하게 눈치챈다. 독자가 '도망갈 구멍을 만드네.' '얼버무리고 있네.'라고 생각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

 ... 나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단정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문장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정하려면 상당한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지기 위해 단정하는 것이다. (76-77p.)​

​ 이 책은 나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또한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내가 가진 고민들을 모조리 긁어모아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는 어느 순간 단정하는 듯 말했지만, 언제나 결론은 '스스로 부딧혀보라'는 이야기였다. 나역시 책을 심각하게 읽지 않았고, 그의 말을 삐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독서의 끝에는 허무한 감정이 남지않았다. 오히려 읽어볼만한 책, 곁에 두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산자가 된다는 것, 특히 누군가의 시선을 염두해두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사실 누구도 제시해 줄 수 없으며, 행여 가능하다해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실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나의 조언자는, 자신감 넘치는 리더보다는 그저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미소가 따뜻한 선배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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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 -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
에비스 요시카즈 지음, 강한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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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순수하면서 동시에 자극적인 제목이다. 함부로 입밖에 내서는 안될 것 같은, 내 얼굴이 다 붉어지는 듯한 그런 제목. 이렇듯, 내성적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당당하지 못하다.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만큼이나 소심하고, 자랑스럽지 못한. 이해받지 못하고 수용되지 못하면서, 억울하다고 이해해달라고 말도 함부로 하지못하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내향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나도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고 소심하게 외친다.

 

 사실 나도 한번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야지 싶은 마음에 평상시보다 말을 많이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 잘 안 됐다. 무리해서 이야기하려 할 수록 내 결점이 들통나버린다고 할까. 오히려 평상시의 나로 있는 편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60p.)

 이것이 일반적인 내향성 사람의 모습이다. '내가 틀렸구나, 나도 외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이것은 고기를 씹어먹고 있는 토끼를 보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이상하다. 내향성이란 틀린 것이 아니고 조금 다른 것이다. 고쳐야 할 것이 아니고,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역시 나는 인간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176p.)

 사람들은 내향성에 대해 오해한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내향성의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성향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향성, 내성적 성격이란 단지 소심하고 조용하고, 남들과 잘 못 어울리는 반사회적인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좋아하고, 깊이있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다만 내향성의 사람들은 들뜸의 역치값이 조금 낮은 것 뿐이다. 외향성의 사람들이 100만큼의 활기가 있어야 신이 난다고 하면, 내향성의 사람들은 1~10정도의 활기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 오히려 그보다 높은 자극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는 데, 이 부분이 내향성의 사람들로 하여금 반사회적이라고 오해를 받도록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향성의 멋진점에 대해서 배우게 되기보다는 '성향'이라는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란 으레, 모순스러운 가치관을 동시에 갖게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내가 쓴 글을 읽듯, 감탄스러운 공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성적'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달고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갸웃갸웃 하게 되는 단순히 자신의 '가치관', '행복론'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정말 좋은 글들 이지만, 제목아래 집합을 하기는 조금 의아하다고 할까.

 

 그래도 차별적 의사표현을 강하게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 돈이 많은 사람과 가난한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인간'이다. 그것만큼은 항상 기억해둬야한다. (39p.)

 그래서 오히려 제목에 갖혀서 읽기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향성이니 외향성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정한 하나의 틀이 아닐까. 혈액형별 성격이나 관상등이 100%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짓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내향성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내향성이 아니고, 외향성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외향성이 아니듯,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나와는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 그냥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조금 지루하고 심심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향성의 사람들도 모두 하루하루의 자그마한 행복과 즐거움을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향성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당신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와 미소 하나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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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태스킹 -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룰 수 없다
데보라 잭 지음, 이혜리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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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해요."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문장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완벽함과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효율성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점이다. 분명 세상은 점점 편안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변해가는데, 이상하게 우리의 삶은 조금도 편안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처리해야할 업무는 늘어나고, 우리는 자연스레 한번에 한가지에 완전히 몰입하여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을 불안해하고 죄스러워한다. 길을 걸으며 책을 보고, 점심을 먹으며 문서를 읽고, 전화를 받으며 동시에 이메일에 답장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거나, 점점더 상황이 꼬여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가?

 

 뇌는 집중해야 하는 일과 정보의 흐름을 분리하는 과정을 동시에 해낼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하는 멀티태스킹이란 엄밀히 따지면 태스크 스위칭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일들 사이를 재빨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하는 일만 바뀌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행위를 지칭한다. (39p.)

 멀티태스킹의 유용성과 문제점에 관한 논쟁은 벌써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리고 어쨋든 현실의 사회에서는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익히 알려진 통념이다. 뇌과학적인 증명이야 어찌되었건, 분명히 누군가는 멀티태스킹이라고 믿어지는 어떤 행위를 통해 성공을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쌓여있는 업무들을 보고있자면 멀티태스킹은 어떻게 해서라도 얻고 싶은 능력중의 하나가 되버린다.

 

 데이비드 메이어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깔끔하게 정리해 말해준다. "대부분 상황에서 뇌는 복잡한 두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려는 일이 매우 단순하고, 머리를 쓰는 수준이 비슷하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42p.)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싱글태스킹을 해오고 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싱글태스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TV를 보면서 밥 먹는 것도 힘들정도로 멀티태스킹이 전혀 안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사람을 만나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버리면 정신을 놔버리기 십상이고, 내가 지금 중심으로 두고 있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멍하니 잊어버렸다가 나중에 앗차하고 놀라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정도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니, 여러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상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다양한 일들을 해내기를 요구하고, 그렇게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지금 나는 복잡한 내 머릿속의 생각들에 중심이 이동해버려, '혼란해하기'를 제외하곤 어떤 일도 몰입해서 해내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세상을 부유하고 다니다가, 차라리 내가 한 번에 한가지 일에 밖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싱글태스킹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게 왜 안되냐. 그래서 어쩌려고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눈에 띈 이 책에 나는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싱글태스킹의 유용성, 멀티태스킹의 문제점만을 대변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멀티태스킹의 신봉자들에게는 한번쯤 권해줄 만한 책이었지만, 결국은 그냥 그런 자기계발서일 뿐이었다. 게다가 외국의 문화를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에 맞을까하는 점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싱글태스킹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무교육기간을 그리워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라는 한가지 일에만 몰입해도 충분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완벽히 몰입하여 그것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던 기쁨,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의 보람과 희열. 멀티태스킹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개운함과 상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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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의 감각 - 두 수를 앞서 읽는 인간관계 운영법
박성준 지음 / 동학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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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보다 '무한도전'에 더 힘을 준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긴 한다만...) 6감을 뛰어넘은 7감이 등장했다.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사람을 보고, 사람을 알고, 사람을 얻는 힘'을 알려준다고 해서 신나서 읽었더니 어째 걸려넘어지는 일 없이 술술 잘 읽히더라. (이번의 술술 잘 읽힘은 내용이 없다는 말임.) 사람과의 관계를 얻기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게 내 사견.

 관상이나 사주등을 봐주시는 분들은 대게 엄청나게 말을 잘 하신다. 그래서 사실 말을 잘해서 맞는것 같은 건지, 정말 저런 것이 있어서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점이라고는 혈액형점도 안 믿는 내가 친구손에 붙들려서 첨으로 사주를 보러갔을 때, 뭐랄까 자뭇 신기한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었다. 뭐 얼마지나지 않아,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고 왔구만, 이라거나 사주가 기껏해야 1년에 4380가지밖에 없는데 그럼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나는 거냐는 둥 자연계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만ㅋㅋ

 이 책의 내용도 결국은 그럴듯하게 풀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관상등의 요소를 넣는 바람에 더 뜬구름잡는 책이 되어버린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관상등의 것들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싶어서 한 듯한 말들이 결국 '관상'이란 우리의 직감에 근거한 '느낌','심리'일 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담지 않는다고 제 무덤을 파는 꼴이 되버린 셈이니...그리고 무엇보다도 은근슬쩍 과학을 부정하려는 느낌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과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을 나쁘게 느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관상'이나 '점'등을 깊이 믿고 신뢰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가진 세계관은 존중하고 오히려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어떠한 세계관이라도 그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치들은 분명 담고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세계의 존재와 그들의 가치를 알게됨으로서 내 생활이 더욱 편안하고 윤택해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의 경우에도 상당히 신뢰하고 있는 미신적인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직감'이다. 대부분의 일들에 대하여 이성적인 판단이 먼저 앞서고, (심지어 벌래따위를 보고도 대게의 경우는 내가 놀라야 하는 이유를 찾고 소리를 지른다..) 여간해선 어떤 가치라도 깊이 공감하지 않는 편이지만, 어떠한 선택에 앞서 나의 직감은 상당히 신뢰를 하는 편이다.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첫인상은 나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놀라운 일이지만 그 첫인상이 틀렸던 경험은 단 한번도 없다. (친한 듯 하다가도 별것 아닌걸로 다투고 남남이 되버린다든지, 서로 사이가 안좋다가도 어느순간 둘도 없는 사이가 되버리더라...)

 

 상대와 나를 제대로 읽으려는 노력이 없으면 진심을 말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사람을 잃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다. 억지로 기회를 만들어 봤자 전처럼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21p

 공감이 되는 문장이었다. 어떠한 세계관을 기준으로 하는가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임에는 차이가 없다. 내용상의 부족함이나 자기모순은 종종 느껴지는 책이었지만, 우리들에게 인간관계의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마음만은 높이 살만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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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성장하며 -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매튜 맥케이.랠프 메츠너.세안 오라이어 지음, 곽성혜 옮김, 이나미 해제 및 추천 / 유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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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행성에 줄곧 살아왔으니,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이곳에서의 삶이 만만치 않다는 것, 결정적으로 삶은 당신이 바라던 모습과는 영 딴판으로 돌아간다. -27p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바쁘다. 마음을 비우고 멍하니 앉아, 세상위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지곤 한다. <당신의 시간>이라는 책에 나오는 저승사자격(?)의 메피의 시선에서보자면 우리는 모두 '시간낭비'를 하기위해서 이다지도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일테니까. 지구상에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자만심에 차서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삶의 어디가 의식있는 삶의 모습인걸까. 살기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 하나가 목을 졸라온다.

 종교가 있거나,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상당히 거부감을 줄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작전상 배치인것인지,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책의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두었지만 책 전체의 내용의 중심 축인 '영혼의 성장을 위한 지구별 여행'은 이미 시작부터 저자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내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삶을 의미있고 활력있게 해주는데에 더없이 좋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금만 덜 예민하게 군다면, 세계관이나 종교관의 대립없이 '현실적인' 우리 삶의 풍요를 위한 유능한 정보들을 잔뜩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이 끊임없이 윤회를 하는 것이든, 아니면 이번 생 반짝 살고 사라지는 영혼이든 스스로가 기억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의미있게 살아갈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것 아닌가.

 

 삶의 행복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기를 바라는가'의 깊은 진리위에 세워진다. -35p

 우리에게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고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어떤 책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이미 닳도록 들은 이야기를 또 들으면서, 결국은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현실을 탓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온갖 종류의 고통들에 괴로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있다. 장마다 소개되는 한두가지의 연습들을 진지하게 임하다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내가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또는 얼마나 스스로의 삶에 무관심했는지. 단순한 철학적 질문이 아닌, 구체적인 과제물로 상당히 날카롭게 나 자신과 마주보게 해준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넘겨서는 안된다. 노트 한 권, 또는 한 묶음의 종이를 펼쳐놓고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천천히 읽어나가야한다. 부끄러울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가치관들과 나쁜 습성들을 종이에 한가득 늘어놓고 나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슬그머니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히 직업적인 문제가 아니다.) 

 

 날마다 떠오르는 대답이 다를 수 있음을 명심하라. 이는 하루하루가 고유한 선택의 순간들로 채워진 다른 날들이기 때문이다.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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