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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발견 -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스템 만들기
조연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더이상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때에도 당신은 지금 그 일을 계속 할 것인가? (98p.)
'꿈'이란 무엇일까. 나는 '꿈'이라는 단어 앞에서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열정없는 사람들로
비추어지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딱히 현실에 굴복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개인의 성취보다는 주변 사람들이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
다시 이야기해서 이들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전자의 사람들에게 이들은 종종 현실감없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삶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아의
성취에서 행복과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찾는 사람들. 항상 많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하루하루를 보람으로 채워가는
사람들이다.
(아, 그 외에도 첫번째 부류인 척 하며 사실은 그냥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과, 두번째 부류인 채 하며 사실은 '돈'과 '명예'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열외로
하자.)
그럼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 최근들어 급격하게 잘 모르게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 후자의 입장에서 전자의 입장으로 스르르 넘어가고 있는 그 중간 어디에 있는 것도 같다. (굳이 따지자면 허무주의와 참
닮았다.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게 문제긴 한데...)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꿈을 지키고 살아가는 일은
너무나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정말 현실이 이렇게 고달픈 건지, 우리들 스스로가 서로를 고달프게 만들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인용문으로 이미 예상을 했겠지만, 이 책은 후자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 '공딩'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이들은 대학이 아닌 공무원을 목표로 졸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러는 노량진 공무원 고시학원을 다니고, 또 일부 학교에서는 공무원 준비생을 위한 특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무원에 목숨거는 이유는 대부분 '안정적이여서'.
기껏 해야 겨우 몇 년 전에 불과한데, '공무원'이나
'대기업입사'를 꿈으로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씁쓸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들의 대부분도 수험생
시절을 거치면서 하나둘 '한계'에 굴복하였고, 지금은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잊은 채, 그저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현실을 야금야금 실감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세대는 반드시 꿈이
필요하지만, 과연 꿈을 꾸라고 나의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지 잘모르겠다. 세상은 딱히 선구자들의 예상처럼 흘러가지만은 않는 것 같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이 없는'
나의 현실에 대한 좌절, 맞는 듯 하면서도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서 극단적인 정보를 선택한 건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심, 다시 뛰어보자는 생각과
관두자는 생각사이에서의 혼돈. 지금의 나는 열정이 없는걸까 용기가 없는걸까. 누군가들의 조언처럼 지금의 나는 그냥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고 한동안
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데시 교수는 실험 대상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소마라는
재미있는 블록 퍼즐을 풀게 했다. 한쪽 그룹에는 형상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 주기로 했고, 다른 족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 보상 없이 퍼즐 자체를 즐긴 그룹 학생들이 훨씬 많은 흥미를 보였고 몰입도도 높았다. 퍼즐에 몰두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략) 돈이라는 외부 보상보다 조건 없이 퍼즐 자체의 즐거움에서 유발된
동기가 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 (237p.)
결국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된다. 서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어떤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이건 '꿈'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실때문에 꿈을 포기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꿈만을 동기로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찾아왔던 무지갯빛의 꿈은 대부분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고민속에 끼어들면서 흐려지기 시작한다. 같은 일을 해도 그 동기가 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꿈만 먹고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의 삶이 점점 더
비참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돈이 동기가 되어버리면 더이상 꿈은 '내가 알던 그 꿈'이 아니어져버리기때문에...
(내가 지금 이것 때문에 딜레마를 겪고 있는데, 이걸로 설교하듯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 좀 우습긴한데..)
'알파고'의 등장으로 지금 세상이 꽤 씨끄럽다. 최근에 나온
신간들도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블루칼라를 지나 화이트칼라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다음 노동자, 골드칼라(지식노동자)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급한 사람은 2장까지만읽어도 충분하다. 어차피 뒷 내용은 어느 자기계발서에나 읽을 수 있는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하라는 이야기가
주류이기때문에..)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이 책을 막막 추천해주고 싶어하는데,
지금의 나는 남들의 꿈까지 신경써주기에는 너무 지쳐있다. (그래서 지금 서평이 횡설수설하는 중임. 이래서 자기 경험, 감상위주
서평이 위험합니다, 여러분.) 너무 솔깃하고, 나도 꿈이란걸 놓고 싶지 않기때문에 읽었던 책이고, 책이 알록달록 해질 정도로
밑줄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지만, 저 뒤에 퍼져있는 내 꿈을 채찍질해가며 달릴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이미 넝마가
되어있다), 당장 나 자신이 혼란스러웠던 시간이었다.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일주일쯤 잊고 지내다가,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써가며 읽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꿈을 꾸고 있고, 그것을
이루고 싶은 열망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 또는 자신이 '자아의 성취'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라. 죽어있는 내 심장에 약간이나마
다시 전류를 흘려주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냥 내가 일어나기 싫은 듯.) 분명 시덥잖은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고, 저자의 상당한 노력과
고민이 들어가있는 알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