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태스킹 -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룰 수 없다
데보라 잭 지음, 이혜리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전 제가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해요."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문장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완벽함과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효율성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점이다. 분명 세상은 점점 편안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변해가는데, 이상하게 우리의 삶은 조금도 편안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처리해야할 업무는 늘어나고, 우리는 자연스레 한번에 한가지에 완전히 몰입하여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을 불안해하고 죄스러워한다. 길을 걸으며 책을 보고, 점심을 먹으며 문서를 읽고, 전화를 받으며 동시에 이메일에 답장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거나, 점점더 상황이 꼬여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가?

 

 뇌는 집중해야 하는 일과 정보의 흐름을 분리하는 과정을 동시에 해낼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말하는 멀티태스킹이란 엄밀히 따지면 태스크 스위칭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일들 사이를 재빨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하는 일만 바뀌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행위를 지칭한다. (39p.)

 멀티태스킹의 유용성과 문제점에 관한 논쟁은 벌써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리고 어쨋든 현실의 사회에서는 '멀티태스킹은 가능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고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익히 알려진 통념이다. 뇌과학적인 증명이야 어찌되었건, 분명히 누군가는 멀티태스킹이라고 믿어지는 어떤 행위를 통해 성공을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 쌓여있는 업무들을 보고있자면 멀티태스킹은 어떻게 해서라도 얻고 싶은 능력중의 하나가 되버린다.

 

 데이비드 메이어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깔끔하게 정리해 말해준다. "대부분 상황에서 뇌는 복잡한 두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려는 일이 매우 단순하고, 머리를 쓰는 수준이 비슷하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42p.)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싱글태스킹을 해오고 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싱글태스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TV를 보면서 밥 먹는 것도 힘들정도로 멀티태스킹이 전혀 안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사람을 만나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버리면 정신을 놔버리기 십상이고, 내가 지금 중심으로 두고 있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멍하니 잊어버렸다가 나중에 앗차하고 놀라는 일이 태반이다. 이것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정도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니, 여러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상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다양한 일들을 해내기를 요구하고, 그렇게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지금 나는 복잡한 내 머릿속의 생각들에 중심이 이동해버려, '혼란해하기'를 제외하곤 어떤 일도 몰입해서 해내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세상을 부유하고 다니다가, 차라리 내가 한 번에 한가지 일에 밖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싱글태스킹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게 왜 안되냐. 그래서 어쩌려고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눈에 띈 이 책에 나는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싱글태스킹의 유용성, 멀티태스킹의 문제점만을 대변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멀티태스킹의 신봉자들에게는 한번쯤 권해줄 만한 책이었지만, 결국은 그냥 그런 자기계발서일 뿐이었다. 게다가 외국의 문화를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에 맞을까하는 점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싱글태스킹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무교육기간을 그리워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라는 한가지 일에만 몰입해도 충분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완벽히 몰입하여 그것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던 기쁨,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의 보람과 희열. 멀티태스킹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개운함과 상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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