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만에 서재에 방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어수선했던 한 달이기도 했고, 그래서 책읽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 리뷰가 아닌 것은 제 게으름 탓입니다 ㅎㅎ...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 함께 하실 분을 추가로 모집하려 합니다. 어수선한 시기인 만큼, 책을 읽는 것보다 필요한 건 행동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아 글을 올리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란한 때에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희부옇게 사라지는 것 같은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책은 말걸기 혹은 부름이다. 단장(短章)의 멜로디로 끊임없이 “나를 읽어줘요! 읽어줘요!”라고 말하는 초대, 요청, 부름, 기도를 담은 은은한 저음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기원문은 계속 속삭인다. 심지어 저자가 “나를 읽지 말아요!”라고 하거나 “내 책을 던져버려요!”라고 소리칠 때조차도 계속된다.
- 장-뤽 낭시,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책에 담긴 세계와 대화하는 것, 그리고 그 대화가 무한히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독백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울리는 즐거운 공명(共鳴), 그것이 제가 믿는 대화의 힘입니다. 서로의 말과 생각이 엇갈리는 순간에도, 대화가 주는 변화의 순간은 반가운 손님처럼 온다고 믿습니다. 그 대화의 즐거움을 더 많은 분들이 누리시고, 대화를 통해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시대, 책의 가치가 점점 옅어지는 시대에 독서 모임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저를 즐겁게 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제 시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게 한 것은 책과의 대화, 그리고 그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누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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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Les Sept>은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3주에 한 번씩 책을 선정해 대화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함께 하기를 희망하시는 분께서는 성함과 연락처, 거주 지역(시/군/구), 희망하는 요일/시간/장소, 기타 문의사항을 18일(일)까지 ljh2839@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다른 분들과 상의 후 22일(목)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주로 모이는 장소는 강남역 인근에 있는 힐스터디입니다)
개인적인 일 몇 가지만 마무리되면 다시 제대로 서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종 짧은 리뷰는 올리겠지만요 ㅎㅎ
그럼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지금 품고 계신 횃불이 9일 이후에도 지속되길 간절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