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 중 가장 큰 것은 당연히 사드 배치 문제와 개돼지 발언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는, 언론에서 '문학동네발(發) 공급률 인상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출판사와 서점 사이의 문제다. 나는 이 소식을 문학동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처음 접했는데, 여기에는 온라인서점과 도매 유통사에 대한 공급률을 인상하면서 보낸 공문과 이로 인해 타격받을 수 있는 중소형서점에 직접 거래를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https://www.facebook.com/munhak/posts/1740862802595651)
인상과 관련해서 국민일보에 기사가 났고[(링크)문학동네, 공급률 인상… 서점계 ‘동네서점 죽이기’ 반발], 문학동네에서는 이 기사에 대한 반박문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홈페이지에도 올라갔을 것이다). 요지는,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공급률 인상을 위해서는 도매 유통사 공급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국민일보의 기사는 오보이며 한쪽의 입장만 들은 악의적인 기사라는 것. 인상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동네서점의 경우 직접 주문해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것(입장 전문 링크). 결국 갈등 끝에 문학동네는 공급을 중단했다. [링크_문학동네, 서점에 책 공급중단]
페이스북에서 이 게시물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공급률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몰랐기 때문에 출판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것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급속하게 추락하고 있는 출판업계의 실태를 보여준다는 사실은 알 것 같다. 소위 대형 출판사라고 불리는 문학동네도 몇 년째 신규 사원 채용을 못한다는 사실은 참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문학동네가 취한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지지하기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1) 문학동네는 중소형서점이 주문할 경우 선입금 조건을 걸었으며, 10권 이상 주문할 것을 요구했고, 반품률을 8% 이내로 고정시켰다. 이는, 중소형서점이 직접 거래를 하기 위해서 항상 일정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함을, 그리고 책의 판매율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소위 3대 문학 관련 출판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문학동네의 책을 모두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력이 중소형서점에 있을지, 작금의 출판 현실을 고려해보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2) 두 번째 입장을 발표하면서 문학동네는 글 말미에 '본 게시글에 공감해주시고 공유해주신 분들 중 500분을 추첨해서 문학동네가 역량 있는 신예작가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 시행하고 있는 ‘젊은작가상’ 올해 수상작품집을 선물해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달았다. 이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대형 출판사가 논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한국의 역량 있는(적어도 문학동네에서 있다고 판단한) 신예작가들의 작품이 이런 언론 플레이에 이용할 수단밖에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업계에 미친 영향으로 옮겨간다. 나는 보통 기사들을 볼 때 댓글을 꼼꼼히 보는데(보고나면 마음이 항상 좋지 않은데도 계속 본다), 책값이 왜 이렇게 비싼가, 도서정가제 단통법 폐지 안하냐는 댓글이 대다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책이 그 가치에 비해서 헐값에 취급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책 소비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출판업계도 지금 상황에서 책값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종이의 재질 문제나 양장본 남용 문제 등등. 물론 이런 걸로는 새발의 피겠지만.
출판업계도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출판사의 리퍼브 도서 판매는 금지시키면서 중고서적 판매는 허용하는 등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에 유리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니까. 그런 불만이 쌓여서 문학동네가 총대를 멘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도매 공급률을 올리는 것이 인터넷서점 및 대형서점에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니면 중소형서점만 덤태기를 쓰고 사장(死藏)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내 좁은 소견으로는, 문학동네가 지금 취하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할 것 같다.
법에 대해서도, 출판계 사정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개 독자의 입장이라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섣불리 판단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일개 독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워낙 굵직굵직한 일들이 터지고 있는 요즘이라 중요한 일임에도 그들만의 리그로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워 몇 자 적었다. 물론 나는 무슨 이슈를 가리려고 이걸 터뜨렸네 하는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북풍은 제외하고). 다만 하루에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사건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아수라의 세계에 살고 있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모든 일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것뿐인데, 이것은 눈뿐만 아니라 마음의 힘도 필요하다..
+) 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매출이 전체적으로 급감했다고 하는데, 인터넷서점은 10% 할인 + 5% 적립금까지 주면서 무슨 돈으로 굿즈에 사은품까지 이것저것 주는지 내 좁은 소견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알라딘 17주년 이벤트에 참여해 굉장히 많은 상품을 받았다. 본투리드 에코백, 『가만한 당신』 신문, 부채, 마음산책 스티커, 엽서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