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어제 받은 『사슴』이 파본이라 4월에 다시 배송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쓰여 있었으나, 성급하게도 이미 문자를 지워버렸다.). 1월인가 그쯤에 주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주문한지 넉 달만에 책을 받는 것이 되겠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든 나쁜 생각은, 누군가는 이 파본을 중고샵에 내놓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었다. 여기가 됐든 다른 중고서점이 됐든지간에. 물론 생각이 배배 꼬이지 않고서야 내 상상처럼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피해를 볼 누군가는 이 시집에서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건지도 알지 못할 테니...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아마 이 일은 꽤 오래 걸릴듯하다. 이 책을 읽을 시기의 나는 분명 열린책들판과 이 책을 비교하며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초판본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하드커버로 손상이 적게 해놓은 것이 괜찮았다. 가격표의 디테일도 좋았고.. 단면이 아닌 두 겹으로 된 페이지(이걸 뭐라고 말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역시 나에게는 신선하다. 세로쓰기는 오래 전 친척 집에서 『삼국지』를 본 이후 처음인 것 같다(참고로 내 얕은 시 읽기 경험에서 세로쓰기를 했을 때 그 매력이 돋보이는 시는 박용철의 '비'다). 나무 펜은 처음 보는 거라 펜촉을 어디에 꽂아야 되는 건지 헷갈려서 애를 먹었는데, 참 고아(古雅/高雅)하다.
어찌됐든 진짜 『사슴』을 만날 기회는 다시 밀렸다. 나는 한 번 산 책은 거의 팔지 않는 주의여서 이 파본을 내놓을 일이 없겠지만, 그런 일이 정말 생길 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성급하게 문자를 지워 잘못된 부분이 미궁으로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고서점 주인분들과 중고샵 애용자분들, 모두 큰 일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