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서평은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이라는 뜻이다. 위키백과에는 '일반적으로 간행된 책을 독자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논평이나 감상 등을 쓰는 문예 평론의 한 형식'이라고 나온다. 이것만 가지고 보았을 때, 서평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소개'일 것이다. 그렇다면 서평과 비평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평을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으면 '문학작품을 정의하고 그 가치를 분석하며 판단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맨 처음 나오는데, 그렇다면 서평과 비평을 구분짓는 기준은 소개 외에는 없는 건가. 그리고, 서평은 어떤 글이어야 할까. 어떤 글이어야 좋은 서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평의 시대가 가고 서평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비평이 그만큼 독자들과 유리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서평은 비평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걸까. 좋은 서평이라 함은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하는 매력을 갖춘 글이어야 할 텐데, <악스트>에 실린 서평들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나.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독자에게 '그러면 공부를 더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서평의 일인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지식이 부족한 탓인가. 서평을 쓴 평론가, 작가, 번역가들이 서평을 비평처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현재 서평을 다 읽고 천명관의 인터뷰까지 읽었는데, 잡지에 실린 열네 편의 서평 중 내 이목을 끌었던, 그래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서평은 그리 많지 않다. 서평의 내용이 어려워서 따라가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구의 증명>을 다룬 송지현의 서평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최진영이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으므로. 외국문학을 다룬 서평 중에는 정영목 번역가의 서평이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몇몇 서평들은, 서평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서평과 비평을 가르는 경계가 단순히 분량만은 아닐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지돈은 지난 번에 '건축이냐 혁명이냐'에서 많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호기심의 영역 안에 있는 작가인데, 이번 서평을 보면서 작가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지돈과 박솔뫼가 같이 서평을 쓴 걸 보니 김태용도 후장사실주의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서 추상회화의 전통은 너무나 익숙한 형태로 관람객에게 안착했다. 추상뿐 아니라 수많은 형태로 가지를 쳐서 다양하게 변모했다. 그런데 소설은 여전히 구상의 단계를, 그것도 단순하고 선형적인 구상의 우물에 고여 있다. 어떤 소설가들이 어떤 시기 구상을 벗어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독자만 잃었다.

- 정지돈, '리뷰 급구' 중에서

 

 

정지돈과 박솔뫼의 서평을 보면 김태용의 <벌거숭이들> 역시 굉장히 난해하고 접근하기 어려울 작품일 것이 확실한데 이상하게 읽고 싶어지는 이 기분은 뭘까. 고생길이 훤할 것이 보이는데도 묘한 끌림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뭔가 홀린 기분이 든다.

 

천명관의 인터뷰는 흥미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작가 천명관이 어떤 사람인지 단서를 던져주는 것 같아 그랬을 것이다. 프레데리크 시프테가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을 인용하며 말했듯이, 철학(문학도 포함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저자의 생의 정황까지 드러나야 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은 대중의 무분별한 호기심이 아닌, 저자들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될 것이므로.

 

자신이 문단과 문단 바깥의 경계에 있다고 말하는 천명관의 한국 문단에 대한 분석은 신랄하면서도 시원하다. 그 안에서 그는 오로지 자신의 글을 쓸 따름이다. 인터뷰를 다 읽고 내가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은 소설이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 '프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문학은 종교가 아니다. 숭고한 신념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말 중에 조이스 캐롤 오츠의 말이 있다. 문학에 예술만 있고 기술이 없다면 개인적인 일일 뿐이다. 반면에 기술만 있고 예술이 없다면 그것은 밥벌이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의 신념』에 나오는 말인데 여기서 기술(Craft)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장인적 기술, 즉 대장장이가 쇠와 불을 다루는 기술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문학에도 그런 기술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문학은 종교처럼 숭고한 태도와 정신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밥벌이는 천한 일이고 예술은 숭고하다는 식의. 이런 분위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 천명관+정용준, '육체소설가의 9라운드' 중에서

 

 

어쩌면 문학을 대하는 이런 태도가 오늘날 독자들에게 천명관하면 기대하게 되는, 하나의 보증수표를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를 이을 보증수표는, 과연 나올까.

 

실려있는 서평에 대한 아쉬움과, 서평이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품으며, 이제 남아있는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 나는 지금껏 글을 쓰면서 서평을 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서평은 아니더라도, 서평이라고 말할 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안 될 것 같다. 서평은 보여줌과 감춤의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것이지만, 나는 못 참고 내가 느낀 바와 나름의 해석을 다 풀어버릴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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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07-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쓰는 것들은 그냥 `리뷰`정도일까요ㅎㅎ 저는 아무님이 쓰시는 글도 좋은 서평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평이고 비평이고 그냥 책많이 읽고 많이 씁시다 ㅋㅋㅋ

아무 2015-07-28 10:22   좋아요 0 | URL
정확하게 이거다! 라고 할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ㅎㅎ 이러나저러나 중요한 건 lovelydew님 말대로 많이 읽고 쓰는 거겠죠? 그 와중에 더 나아진 독자가 된다면야..^^

[그장소] 2015-08-26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저는 도무지 어려워요! 리뷰도! 서평도 그 근처도 못 갈 수준이라!!^^
예전엔 독후감상문 쓰기 대회 같은 게 있어서 곧잘 했던것 같은데, 어느 정도 지나선 그 마저
파괴된 것 같아요. 일정 양식이..ㅎㅎㅎ

아무 2015-08-26 07:32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독후감상문 쓰라고 할 땐 정말 싫어했는데, 크고 나니까 이렇게 쓰게 되네요 ㅎㅎ 저도 항상 쓰면서 어려워요ㅠㅠ 계속 쓰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하며 쓰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