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연평해전>에 대한 평을 쓴 것이 뉴스에 올랐다. 별점을 2개를 주고 전체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린 것이 화제가 되어 블로그 댓글이 500개가 넘어갔다는 기사였다. 뭐가 그렇게 문제인가 싶어서 직접 블로그에 들어가서 평과 댓글을 읽어봤다.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404326622 

 

평을 보고나서,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열을 올리지... 하는 생각을 했다. 비평의 내용은, 영화의 내용적 요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 방식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평해전>에 대한 비판이 터부시되는 양, 비난을 쏟아붓고 있었다. '<연평해전>은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다 → 연평해전은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희생한 전투이므로 숭고하다 → <연평해전>도 역시 숭고하다'라는 일반화가 '이동진은 <연평해전>을 비판했다 → <연평해전>을 비판하는 건 그 컨텐츠인 연평해전을 비판하는 것이다 → 연평해전은 숭고하다 → 이동진은 숭고한 전쟁을 비하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낳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댓글 중에는 <연평해전>은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이동진이 드라마 장르의 틀로 비난했으므로 잘못됐다는 논쟁도 있었으나, 나는 영화 장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므로 언급하진 않겠다.)

 

그럼 <연평해전>의 작품성을 비판하는 평론가는 다 연평해전을 비판하는 좌파가 되는 건가? 그리고 <연평해전>이라는 예술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들어간 건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느꼈던 내가 아는 이동진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 인문사회 쪽에서도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다. 언어를 함부로 구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비평을 쓰면서 그렇게 오해될 수 있는 소지를 남겼을까. 이건 마치 영화에 대한 광적 신앙이 낳은 마녀사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연평해전에서 목숨을 잃었던 장병들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들은 안타깝게도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하지만 그들을 정녕 위하는 방식이 <연평해전>의 신성화와 주례사 비평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들의 소모적인 논쟁이 오히려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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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7-0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낫! 방금 리뷰를 읽고 왔는데 아무님 말씀처럼 작품성에 관해 논할뿐인데 많은 분들의 논란을 받는다는게 좀 의아합니다. 아무래도 이동진씨도 많이 당황스러우실듯 해요 ㅠㅜ

아무 2015-07-01 21:45   좋아요 0 | URL
기사 보고 뭐지? 싶어서 찾아봤는데 참.. 그렇더라구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