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책 없는 ‘거리 도서관’

헌책방 5년. 서울 신촌에 있는 ‘숨어있는 책’(주인:노동환, 02-333-1041)한테는 길다. 12평 가게에 17평 아랫방(지하)이 추가됐다. 또 책창고를 16평에서 30평으로 옮긴다니 겉보기보다 책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만큼 손님이 늘고 찾는 책도 는 것이다. 주인은 물밑 오리의 발처럼 쉴 틈이 없다.
“이럴 줄은 몰랐어요. 집사람 얼굴 보는 시간조차 많지 않아요.”


자신의 장서를 내놓으며 헌책방을 꾸린 게 1999년 11월. 주인 노동환씨는 책방일을 재밌어 하면서도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조그맣지만 알찬 책사랑방이 되고자 했던 원래의 꿈과 손님들의 어떤 요구에도 응할 수 있는 거리의 도서관이 되고 싶은 욕망이 충돌하고 있다.

손님들은 만족스럽다. 인사동에 ‘통문관’이 있다면 신촌에는 ‘숨어있는 책’이 있다는 것. 사람들은 수년째 고정 출입하고, 근처에서 약속이라도 있으면 안팎시간에 그곳을 들른다. 주인의 공교한 눈으로 뽑아온 책들은 고스란히 손님들에게 넘겨져 그들의 마음을 살찌우고 넘쳐 장서를 풍요롭게 한다. 고전하는 여느 책방들과 달리 책의 출입이 잦고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주인의 부지런함 외에 다른 원인이 있지 않고야 가능하겠는가.


그는 책을 사는 것을 즐긴다. 그 순간만은 자신이 헌책방 순례자였을 때 자신에게 읽혀 마음과 머리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했던 마음으로 돌아간다. 하여, 자신의 선택이 손님의 손길과 만나는 순간 더없는 희열을 맛본다. 그냥 재미 있겠네 했던 책에 무척 즐거워하는 손님을 만나면 한수 배웠다는 기분이다. 그것으로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은 책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해서 한권 한권 1천여권이다. 처음 책방을 꾸릴 때처럼 결국엔 다시 내올 터이지만.


앞으로 헌책방 시장은 저가의 일반서적과 고가의 절판·희귀본으로 이원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부 젊은 책방과 온라인 고서점을 중심으로 그런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숨어있는 책’은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 고가일 수 있는 책들이 최소한의 이문을 붙이는 선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곳이다. 노씨는 결국 숨어있는 책도 그런 추세에서 예외일 수 없을 거라면서도 자신의 성격으로 미뤄 뒤꽁무니에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 책 시장이 활성화 되어야지요.” 아직은 책이 팔리는 속도보다 쌓이는 양이 많지만 양에 비해 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2차책방인 이곳도 머잖아 고갈사태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며 헌책방 주인은 새책시장 걱정이다. 누가 전직 출판사 편집장 아니랄까 봐.


한 손님이 이틀 전에 보아 두었다던 명·청 역사서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 자리에 없으면 팔린 겁니다.” 그가 빈 손으로 나가고 잠시 뒤에 다른 손님이 그 책들을 그러안고 계산대로 왔다. 주인장은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파악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 한겨레신문 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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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얗게 쌓인 세월의 먼지 속 ‘권력장’ ‘한자고음사전’ 눈맞춤





저녁 퇴근길에 간혹 들르던 장소를 휴일 낮에 찾아가면 헷갈린다. 밤에 지리를 알리는 발광체들이 낮에는 지형지물 구실을 잃기 때문이다. 또 퇴근길에서 보는 그곳의 위치가 유사 출근길에는 반대방향인 까닭도 있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가까운 영광서점(주인:박현호, 02-337-6064)은 가끔 방향을 헷갈리게 하는 곳이다.


전형적인 헌책방인 이곳 내부는 전혀 헷갈리거나 복잡하지 않다. 출입구가 둘이지만 오른쪽은 책방 주인용이고 손들은 왼쪽으로 드나든다. 내부는 굳이 품들여 설명할 것도 없는 한 일(一)자. 통로 좌우로 책들이 꽂혔고 거기서 넘친 책들은 책꽂이 앞쪽에 허벅지까지 고였다. 주인을 닮아 책을 숨길 곳도, 책들이 숨을 곳도 없다. 관심의 넓이와 머무는 시간에 따라 책이 눈에 띄거나 그렇지 않거나 할 뿐이다.


책의 드나듦은 눈높이 아래에서 빈번하다. 책꽂이가 높고 주인은 키가 썩 크지 않은데 사다리가 없으니 그럴 것이다. 책들은 빛바랜 정도로써 책꽂이에 꽂힌 기간을 말해준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진한 색이다. 주인석 주변은 시간의 흔적이 없는 재고 새책들이나, 아예 시간이 비집기 힘든 고서 몇권이 있다.
손들의 마음이 급하면 눈길은 눈높이 아래로 가고 널널하면 목젖 스트레칭을 한다. 비라도 뿌리면 스트레칭이 한결 느긋하다.
“이런 책도 나왔구나!” “내가 시덥잖은 일에 몰두하는 동안 그들은 이런 일들을 했구나!” 각각 소리를 내던 세로 제목들은 모자이크가 되었다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커다란 거울로 변한다. 거울 속에는 또다른 ‘나’가 “당신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를 묻는다. 거울 밖의 ‘나’가 불쌍하면 “지난 일주일은 뭘 했는가?”로 질책을 조금 눅여준다.


<권력장>(곽존복 지음, 푸른숲, 1998), <위대한 장군들은 어떻게 승리했는가>(베빈 알렉산더 지음, 홍익출판사, 2000)가 도드라진다. 전자는 3천년 중국 정치사에서 뽑아낸 통치의 기술. 후자는 마오쩌둥·징기스칸·나폴레옹 등 영웅들이 전쟁에서 이긴 비결을 추적한다. 세상이 한권으로 얻는 기술이나 비결로 살아낼 만큼 녹록한지는 사람마다 다를 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02). 심각한 제목의 이 소설은 청춘남녀가 눈과 배가 맞으면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에 관한 총체적 사유다. 지난 주에는 <한자고음사전>(버나드 칼그렌, 아세아문화사 영인, 1975)이 눈에 띄었다. 책값은 눅은 편이다.


주인은 ‘다른 일’로 바빠 책탑을 쓰러뜨리지 않는 손의 행태에 무관심하다. 책값 치를 때 비로소 눈을 마주칠 수 있다. 눈치보지 않고 책구경하기 마춤하다. 단, 우산 따위를 들고 가지 말 것. 행여 책을 뽑아 보면서 어딘가 얹어두었다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한겨레 0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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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오서점]

경복궁 근처 누하동에 있는 대오서점이다. 참 정겹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한옥집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부터 오늘까지 오십여년을 꾸려가고 계시는 문화재급 헌책방이다.

주인할머님이 많이 나이가 드셨는데, 그 보다 더 연세가 드신 할머님이 같이 사신단다. 지금은 어떠신 지 잘 모르겠다.

방학 때며 명절 날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서 마룻바닥에 배깔고 누워 잠 자는 그림이 보이기도 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나는 사진에 나와 있는 것 처럼 2003년에 이 그림을 찍었는데, 역시 책방이 작아선지 몰라도 거의 비슷한 자리에서 찍은 최종규 씨 사진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나는 허탈한 '가정용 카메라' ㅋ)

퍼온곳: http://blog.daum.net/soccerballl/243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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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오서점]

 

여기도 대오서점이다. 멀리 보이는 곳은 마당과 방이고, 가까운 곳은 여닫이 대문과 마당 사이를 잇는 작은 공간이다. 이 곳이 참~ 현기증난다.

헛소리, 잡소리 다 집어치우고, 몸소 가서 잠깐 동안만 이 공간에 서 있어보자.

시간이 흘러가는지, 내가 생각하고 싶은 생각을 또렷히 떠올릴 수 있는지, 안인지 밖인지... 사진만으로 판단하지 말기 바란다. 사진은 가정용카메라 허접이다. 꿈에서나 있음직한 무지개감성 폭약이 터질 것이다. ㅋ

정. 말. 숨. 이. 막. 힐. 지. 경. 인. 빤. 따. 스. 틱. 한. 쉼. 터. 이. 다.

 

퍼온곳: http://blog.daum.net/soccerballl/266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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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초대
수련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로설을 좀 멀리한듯도 하고 새로이 백조(?)가 된 기념으로 들어올린 '이방인의 초대'

이전 '수련'님의 다른 작품들은 읽어보지 못해서 다른 싸이트상에서 작품에 대한 나름 철저한(?) 조사끝에 주문했다.

흠.... 첫 페이지를 펼쳐든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얼마전 이북으로 접했던 장소영님의 '아인스월드의 불빛'인가 하는 소설의 재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표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작가님이 그 글을 읽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은 무튼.)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단지 네팔의 오지라는 장소로만 바뀌었을 뿐.

의사라는 여자주인공의 직업도(수의사도 의사긴 의사니까.) 팀장역의 남자주인공의 비슷한 직업군과 성품까지. (뭐, 로설의 여주 남주가 다 그렇지,라고 반박한다면 딱히 반박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작가 본인이 후기에도 썼듯이 스토리라인이 가장 약하고 자신없다고 하셨던만큼

정말이지 너무너무 전형적인 로설이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장르소설이고 로맨스 소설이라는 전제를 봤을때 스토리라인이야 거기서 거리가 아니냐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그렇지만 작가들조차 로설의 전형성이라는 탈출하여 다양한 시도로 독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요즈음에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너무 안일한 생각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글쎄.... 로설의 정석을 그대로 따랐기에 오히려 너무 지루해졌단 느낌이랄까....

너무 전형적인 로설이라 지루하고...또한 그래서 지루해하는 내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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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6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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