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라를 예찬 혹은 지지한다라는 기사를 우연히 읽고 인상깊어 다시 보려고 찾았으나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포기했다. 기사의 내용은 대략, <윤도현의러브레터>에 출연한 전도연의 노브라가 한동안 이슈가 되어 뜨거웠던 적이 있는데,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는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의 당당함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속옷을 입었나 입지 않았나의 문제로 유명 배우, 가수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허다하다. 선정적인 스트립쇼를 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장소나 설정상의 노출도 도마에 오르기는 매한가지다. 노출이 전무후무한 것도 아니고 여성성과 개성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면 또 어떻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우에게 몸은 상품이다. 시의 적절한 노출은 팬서비스의 일종으로 봐도 무관하지 않을까.

전도연이 출연한 당시의 사진을 찾아보니 눈부실만큼 순수하고 예쁜 전도연을 확인했을 따름이다. 기사는 <해피엔드>라는 영화를 찍었을 당시, 누구도 그 시나리오에 선뜻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때 내가 하겠노라 나선 전도연의 결단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냈다. 솔직히 글래머의 쭉쭉빵빵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몸매를 그토록 과감하게 드러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못했다. 전도연의 벗은 몸이 이슈가 되긴 했지만 결국 연기와 연출이 괜찮았다로 흥행몰이를 한 것은 영화 속에 녹아든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그녀의 쳐진 가슴 어쩌구 하면서 입방아를 찧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기사의 주제는 전도연의 몸이 아니라 브래지어에 구속된 여자의 몸을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헐리우드의 여배우들이 볼품없는 가슴일지라도 거침없이 드러내고, 노브라의 자연스런 상태를 여과없이 보여줄 때 얼마나 아름답고 솔직하던가. 우리나라도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스타들이 노브라를 주저말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속옷을 미착용시 몸매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긴다는 등의 속옷회사들이 퍼트린 낭설에 맹목적으로 속지 말기를 바란다.

진정한 여성운동은 속옷으로부터의  해방에서 시작되어야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속옷이 여자들에게 구속이자 억업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의 성격과 얼굴마냥 가슴의 모양도 각각이고 이제 시대는 개성적인 가슴으로 당당해지는 여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가슴 드러내기를 주저않는 배우, 가수들에게 앞으로도 기죽거나 굴하지 말고 더 자주 속옷을 벗어 던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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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24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하지만 실행하기가 어려운 현실이죠. 전 집에 오면 벗어버립니다. 작은 편인데도 하고 있으면 그렇게 가슴이 답답할 수가 없어요. 전도연의 그 모습은 저도 보았어요 귀여운 얼굴에 예쁘게 보였어요. 스캔들에서 나온 전도연의 가슴이 진짜였다면 참 예쁘던데요.^^

마태우스 2004-04-2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라고 코멘트를 달고 싶은데, 그러면 제가 좀 이상한 놈이 되어버릴까봐... 안합니다.
 

 

현재 5권까지 나와있는 만화다. 1권이 막 나왔을 당시에는 어딘가 산만하고 주인공의 성격도 확실하지 않아 읽다가 말았는데 무진장 재밌다는 누군가의 권유로 근래에 다 읽어치웠다. 역시나 흥미로웠다. 경찰들의 정거장 일명 '라쇼몬'에 루미라는 여경찰이 등장하면서 만화는 시작되는데, 이후 그녀는 라쇼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 없어서는 안 될 능력있고 용기있는 가슴 따뜻한 인물로 그려진다. 역시 경찰이었던 남편이 죽은 뒤, 남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경찰직에 투신한 그녀에게는 요헤이라는 유치원생 아들이 있다.

이 만화의 장르는 휴먼드라마다. 다양한 색깔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가슴에는 저마다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도사리고 있으며, 도움을 구하는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기를 서슴치 않는다. 세상의 잣대로 볼 때는 성격파탄자에 정신이상자이고 구제불능의 삐딱한 사고체계를 가졌지만 자신들이 가진 약점과 상처를 통해 타인의 아픔과 처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경찰 초년생 루미는 괴짜들의 집단 '라쇼몬'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진정한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자각한다.

가슴 찡한 감동을 거듭 받고 눈물까지 흘리고 코를 훌쩍이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분발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쳤다. 역시 만화가 있어 세상은 살만하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루미의 지혜와 강인함, 용기, 불굴의 의지가 감탄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근사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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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닮은 친구'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무척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가물거리는데 사진 속의 빛바랜 얼굴은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다. 소녀보다는 소년같은 이미지의 그 친구와 나는 물놀이 간 개울에서 흠뻑 젖은 채로 손을 잡고 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

일하고, 학교 다니고, 기숙사에 거주하는 숨막히는 생활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친구들과의 수다와 책읽기가 전부였던 시절. 어딘가 촌티가 팍팍 나는 나와는 달리 세련된 말씨와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던 그애는 말을 더듬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원하는 한 단어가 나오기까지 숨막히는 시간을 기다리는 그것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족이 흩어지면서 충격을 받아서 후천적으로 나타난 장애라고 했다. 교정학원에 계속 다니며 치료받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는데 형편이 나빠서 치료를 중단한 상태, 더구나 집을 떠나 기숙사에 머무는 상황은 최악으로  그 장애는 천형처럼 그앨 따라다녔다.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만나면 시선을 돌리고 입을 다문 채 고집스럽게 다른 방향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결벽스럽게도 싫은 것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요상한 원칙으로 어떤 화해나 타협의 시도도 없이 나는 그앨 몰라라했다. 학교에서는 물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불가피하게 업무적으로 협조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나는 자존심을 지키느라 전전긍긍했다. 우리의 다툼이 알려지면서 부서장에게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지만 나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둘 중에 한 사람이 시간이동을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것은 낮과 밤이 바뀌는 이치처럼 이질적인 이동으로 정서적 충격이 상당한 형벌이었다.

며칠 후 다시 불려간 자리에서 부서장으로부터 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동은 그 친구가 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그리고 어느날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너를 많이 좋아했어, 잘 지내고 싶었는데, 미안해. 내가 욕심이 지나쳤어. 너를 보면 가을날 학교길에 피어있는 키 큰 코스모스가 생각나. 해가 지는 저녁에 함께 걷는 꿈을 꿔. 잘 지내라.....' 장문의 편지를 읽는 내내 울었다.  그애로 인해 내가 가해자가 되고 부서장의 눈 밖에 난 것이 억울하고 분했다.  

무슨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어 난생 처음 서울엘 가게 되었을 때 그 친구는 자신의 스커트와 셔츠, 운동화 일색을 챙겨와서 예쁘게 하고 가라고 했다. 내 손을 잡아 시내 여기저기로 구경을 시켜주고 처음 맛보는 음식을 사준 것도 그녀였다. 마치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듯 어른스럽고 의젓해서 그녀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신기해 하던 나였다. 그런데, 그녀의 무엇이 호의조차도 망각하고 매몰차게 돌아서게 했는지 도무지 기억을 짜내려해도 모르겠다. 왜 그토록 싫어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서투르고 어설픈 연애의 일종의 아니었나 싶다. 일방적인 호의와 그것의 의도를 모르는 무지가 오해를 낳고 불쾌감을 낳고 이별을 거치는 과정. 그녀도 나도 여자였지만 충분히 그런 감정이 싹틀 여지가 많은 환경이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내게 있어 회한이다. 지금은, 아마도 어디선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지 않을까 혼자 상상을 하곤 한다. 길을 가다가 문득문득 내가 저지른 악행중에 가장 독한 것을 떠올리면 그녀의 쓸쓸했던 눈매가 생각나니, 죄를 짓긴 지었나보다. 원컨데, 다시 만날 일이 생기면 먼저 손을 덥썩 잡고서 '미안해, 용서해줘'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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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4-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글이군요. 근데 제 생각에는...다시 만나도 잘 못지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도 그랬거든요..

겨울 2004-04-2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요. 뚜렷한 이유없이 싫었던 건 사고방식이나 성격의 갭이 컸기 때문일테고 만에 하나 다시 만나도 역시 그런 이유로 피했을 듯도 싶어요.

잉크냄새 2004-04-2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회한으로 남아있다면 만날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만나서 '미안해, 용서해줘'라고 말해도 좋을것 같네요.
잘 지내지 못할지라도 가슴속에 남은 회한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겨울 2004-04-2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상처가 물처럼 흐르는 것이었으면 하고 상상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친 자만과 치기로 화해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끊어진 인연인 경우 더 그러하죠.
 

요 근래 컴퓨터가 계속 말썽이었다. 말로만 듣던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질 않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해킹까지 당했다는 경고가 뜨기 시작하더니 무지막지하게 느려지는 속도에는 인내심도 바닥이 나서 부랴부랴 안철수연구소에 가서 보안클리닉에 가입하고 A/S를 받았다.

무려 한달 이상을 질질 끌던 작업을 단칼에 해치우자 몇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듯 기분이 홀가분하다. 별로 중요할 것 없는 용도에 사용한다고 가볍게 여긴 잘못도 있고 정작 중요한 일을 미루는 성격 탓도 있으니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오늘로 깨끗이 잊어야지. 새롭게 포맷된 컴퓨터에 적응하려면 시간은 좀 필요할 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기분은 좋다.

봄단장을 한다고 서랍장을 비우고 옷장에 걸린 옷들을 정리하듯이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은 컴퓨터가 나도 청소가 필요하다고 떼를 쓴 것도 같고, 무지막지하게 부려먹기만 하고 제대로 밥도 안주고 닦아주질 않았으니 투정을 부릴 만도 했다. 적잖게 돈이야 나갔지만 부드럽게 돌아가는 하드웨어 소리도 듣기에 좋고, 기타장치 어쩌구 하면서 벙어리가 됐던 스피커 소리도 낭랑한 것이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자랑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오랜만에 벅스뮤직에 들러 슬픈 음악만 쫙 뽑아서 틀어놓고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봄 밤의 꽃이 피고 지는 소리, 잎이 돋아 색을 입히는 소리, 낮동안 죽은 듯 움츠리고 있다가 어둠을 틈타 생동하는 만물이 나들이를 하는 소리를 듣는다. 너는, 행복하니? 응, 어쩌면.

시골에서 걸려온 전화는 다니러 갔던 동생의 차에 작은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 좁은 시골길에서 운전미숙으로 도랑으로 빠졌단다. 사람이 안 다치고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웃고 말자고 위로아닌 위로를 건네니 동생도 그러기로 했다고 한다. 모난 데가 없이 착하기만 해서 이 세상을 어찌 사나 싶었던 동생은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어도 여전하다. 입만 열면 모질고 독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겪다가 도무지 남의 흉을 보거나 탓을 하는 법이 없는 동생을 보면 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는데 간혹 어리숙해서 사기를 당하고 손해를 보는 것만 빼면 세상을 사는 가장 기본이 되는 미덕을 보여주는 존재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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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4-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 고장나는 것 만큼 짜증스러운 일도 없지만, 컴퓨터 새로 고치고 포맷하는 것만큼 개운한 일도 없는 것 같아요^^

겨울 2004-04-1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더군요. 겉모양은 달란진 게 없는데도 보면 볼수록 기분이 상쾌합니다.
 

언젠가 김재규에 관한 기사가 실린 잡지를 읽고 잠을 못이룬 적이 있다. 그의 사진, 재판 과정, 최후 변론, 교수형 직후의 얼굴 표정이 어떻더라는 짧은 얘기였는데 가슴이 쿵쿵 뛰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 아파서 놀랐었다. 조만간 그의 존재가 우리 현대사에서 낱낱이 드러나기를 바랬는데 이제 때가 되었는지 TV에서 다뤄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짧다. 수박 겉핥기처럼 지나가는 얘기로는 그의 결단과 비참한 죽음이 설명되지 않는다. 패배자를 기록하지 않는 역사의 교훈일까. 그가 박정희 대통령의 수족이었다는 멍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통령을 쏘았다고 하여도 결코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박정희와 차지철의 죽음만으로 유신시대는 막을 내리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도래하리라 믿었다면 그는 어찌할 수 없는 몽상가였던 것이다. 뼛속까지 올곧은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일까. 권력이 탐이 나지 않았다는 말은 진실이지만 그렇게 무방비로 놓여진 권력이 혼란의 와중에 박정희보다 더한 악마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그는 분명 역사에서 증명되지 못한 한 획을 그었다. 아직은 누구도 어떤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그져 조심스럽게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었나를 모색 중이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하여 장준하에 이르는 숨겨진 얘기가 의미하는 바는 서글플 뿐이다. 그의 훼손된 묘비명을 쓰다듬는 퇴직한 장병의 회한만이 뇌리에 맴도는 2004년도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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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학교 수학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이 사건을 들었어요. 그땐 뭐가뭔지 그저 희미한 안개 속의 어떤 거무스름한 형체처럼... 선생님께선 막 웃고 떠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우리들 곁으로 다니시면서 조용히 집까지 가자고 하시더군요.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이야기로 대충 들었어요. 역사의 뒤안길을 돌아보면 드러나지 않고 죽어가는 진실의 실체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도 그저 껍질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