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빼러갔다가 잡혀서 당분간은 계속 치과에 다녀야 한다. 그래서 우울 중이다.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랑스럽게 예쁘게 살기를 소망했는데, 처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후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J, 때문에 우울하다. 나쁜 일은 어째서 한꺼번에 밀어 닥칠까. 언제나 그렇다. 감기에 걸리면 몸살이 따라오고, 덤으로 마술에 걸리곤 했지. 설마 하다가 역시나, 엉망진창이 된 고달픈 심신을 붙잡고 하소연 하나마나.
거기다 살면서 절대적으로 상종하기 싫은 인간과의 대면이 있었다. 물론 이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상식 밖의 저런 인간은 무수히도 만나겠지만,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기분을 토닥여 보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 영 되살아날 징조가 없다. 난 우울하면 잔다. 슬퍼도 잔다. 아파도 역시 들입다 잔다. 거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이런 밤, 천둥이나 번개, 기둥뿌리를 뒤흔들 바람도 없는 밤이라니, 최악이다.
그래서 철딱서니 없는 망상을 한다. 광폭한 태풍이 부는, 마당의 감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그래서 정전으로 세상천지가 암흑이 되는 엄한 상상에 몸을 맡긴다.
가족이란, 버릴 수도 품을 수도 없는 가족의 인연이란, 정말이지 비극이다. 녀석들을 어쩌면 좋을까. 실수하고 용서하고 또 실수하고 그래도 용서하고 다시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의 극치 앞에서 더 이상 말을 잃고 갈피를 못 잡겠다. 타인이라면 도대체가 반성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인간을 몇 번이나 보듬었을까. 절대 그럴 리가 없지. 단호히 잘라내고 돌아서서는 결코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무정한 인간이,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만다. 요는 그 인내심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겠지만, 지금 내 이성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도망치고 있다. 쫓아가서 잡아야겠지? 아마도.